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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김무성·박지원, 캠프 데이비드 협상을 기억하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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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1967년 6월 이스라엘이 이집트의 시나이반도를 침략했다. 3차 중동전쟁의 시작이다. 땅을 되찾으려는 이집트와 물러설 수 없다는 이스라엘 간 무력 충돌이 6년간 이어졌다. 전쟁을 종식시키려는 여러 번의 시도가 있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사람들은 여기를 “세계의 화약고”라 불렀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역할을 한 사람이 지미 카터 당시 미국 대통령이다. 카터 대통령은 1979년 이집트의 사다트 대통령과 이스라엘 베긴 총리를 캠프 데이비드의 협상 테이블로 불러낸다. 지루한 마라톤협상 끝에 카터 대통령은 두 사람에게 “왜 시나이반도를 차지하기를 원하느냐”고 물었다.

“오랫동안 외세의 침략을 받아왔기 때문에 영토를 빼앗기는 건 국민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사다트 대통령) “이스라엘 남부 국경지역은 이집트군의 위협을 받아 왔다.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해 시나이반도라는 완충지대가 필요하다.”(베긴 총리)
무력 충돌이라는 현상 뒤엔 ‘영토’와 ‘안전’이란 각기 다른 목적이 있었던 것이다. 카터 대통령은 대안을 제시했다. ▶이스라엘은 시나이반도에서 철수하고 ▶이집트와 이스라엘 국경 사이에 완충지대를 두며 ▶이 지역에서 이집트군의 도발 움직임이 보이면 미국 등 제3국이 개입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다는 내용이었다. 양국이 협상안에 사인함으로써 전쟁은 끝나고 평화가 찾아왔다. 지금껏 ‘세기의 명협상’으로 인구에 회자되는 캠프 데이비드 협상이다.

협상은 한쪽의 이해만 반영돼선 결코 성사되지 않는다. 한쪽만 일방적으로 승자가 되는 협상은 일시적으론 효과를 볼지 모르지만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경우에 따라선 더 큰 미래의 재앙을 잉태하기도 한다. 승자독식이 아닌 윈윈 협상이 중요시되는 이유다.

사실 윈윈 협상이 가장 필요한 분야가 정치다. 세종시·4대 강 사업 같은 정치적 쟁점에서부터 노조 전임자의 타임오프제까지 사회 각 분야에서 서로 이해가 첨예하게 부닥치는 갈등 사안이 집결되는 곳이 정치권이기 때문이다. 상대의 처지를 이해하려는 노력과 윈윈 하려는 자세와 갈등조정 능력이 바로 정치의 요체다.

우리는 18대 국회 전반기 2년 동안 최악의 불행한 정치를 목격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미디어법 등 이른바 쟁점 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국회 의사당 내에 물호스와 해머·쇠사슬까지 동원된 폭력국회가 해외 언론의 1면 기사를 장식하는 낯부끄러운 일도 있었다.

전반기 국회가 이달 말 막을 내린다. 18대 후반기 국회 1년을 이끌어갈 여야의 원내 사령탑이 지난주 교체됐다. 한나라당의 김무성(4선·부산 남을) 원내대표, 민주당 박지원(재선·목포) 원내대표가 주역이다. 두 사람은 공통점이 많다. 협상과 대화를 중시하는 스타일인 데다 국회·정부·청와대를 두루 겪어 경험이 풍부하다. 18대 국회 등원 땐 두 사람 다 당의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으로 출마당선돼 비주류의 설움을 아는 점도 똑같다. 김무성-박지원 콤비에게 거는 기대가 남다른 까닭이다. 두 사람이 ‘명협상을 이끌어낸 명콤비’로 정치사에 기록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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