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증시 전망…메릴린치 "↑" 모건스탠리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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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우려의 벽(wall of worry)을 뛰어 넘어 상승 추세로 진입했다."(메릴린치)

"죽은 고양이의 뜀박질(dead cat bound)이며, 지난 9월의 저점 아래로 다시 떨어질 지도 모른다."(모건스탠리 딘위터)

국내 증시의 미국 증시 따라가기가 다시 심해진 가운데, 미국의 양대 증권사인 메릴린치와 모건스탠리 딘위터가 최근 미 증시에 대해 상반된 증시 전망을 내놓았다.

이런 전망은 미국(나스닥)과 한국 증시 모두 주가가 테러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한 뒤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관심을 더하고 있다.

◇ 메릴린치의 낙관론=메릴린치는 "주가가 상승추세로 접어들었다"며 "연말까지 나스닥지수가 2,000, 다우지수는 10,000포인트에 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메릴린치는 1990년 걸프전 때와는 달리 국제 유가가 오히려 떨어지고 있으며 경기부양을 위한 금리인하와 재정지출 확대 정책의 효과가 머지않아 가시화할 것이란 점을 낙관적 전망의 근거로 제시했다.

메릴린치는 "테러사태로 경기회복 시점이 늦어지긴 하겠지만 내년 2분기 정도에는 보다 강한 경기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투자자들은 이미 경기변동에 민감한 주식을 사들였으며, 이들 주식이 경기 방어주 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고 이 증권사는 강조했다.

◇ 모건스탠리의 비관론=모건스탠리는 "미 증시는 조만간 반등을 마무리하고 약세로 돌아설 것"이라며 "지난 9월 테러사태 직후 기록했던 저점(다우지수 8,235 나스닥 1,423)을 다시 시험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 싼 값에 주식을 살 기회가 올테니 참고 기다리라"는 충고다. 모건스탠리는 반테러 전쟁이 이라크 등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으며, 미국의 통화.재정정책은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어떻게 봐야 하나=교보증권 김석중 이사는 "경기회복 시점에 대해 두 증권사가 극단적인 견해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이처럼 엇갈린 장세 전망을 내놓게 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金이사는 "앞으로 나올 경제지표들이 메릴린치의 낙관적 기대를 충족시킬지, 아니면 모건스탠리의 비관론을 확인시킬지 잘 살펴야 한다"며 "길게 보면 미국 경기를 나쁘게만 전망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원경제연구소 강성모 연구위원은 "지난 4월에도 미국 증시는 하반기 경기회복 기대감을 등에 업고 강한 상승행진을 펼쳤으나 두달도 못가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면서 급락세로 돌아섰다"며 "이같은 심리역전 현상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삼성증권 이남우 상무도 "경기회복을 낙관하기에는 아직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면서 "돈의 힘으로 주가를 끌어 올리는 이른바 '유동성 장세'가 제한적으로 나타난다고 생각하고 향후 증시에 대응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김광기.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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