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끈기의 곰 '화려한 가을 잔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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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그곳에 곰이 있었다.

프로야구의 정상, 어둠이 끝나는 환희의 언덕에는 한계단씩을 밟아 오르는 끈기와 벼랑 끝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버틸 줄 아는 뚝심을 지닌 두산의 곰들이 있었다.

'최강 두산!'

두산 베어스가 삼성 라이온즈를 꺾고 2001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두산은 28일 잠실에서 벌어진 삼성과의 삼성fn.com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삼성을 6-5로 물리치고 올해 한국시리즈 4승2패를 기록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현대에 3승4패로 밀려 준우승에 그쳤던 두산은 올해 정규시즌에서 3위를 차지했으나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에서 한화와 현대를 차례로 꺾고 한국시리즈에 오른 뒤 정규시즌 1위 삼성마저 특유의 끈기로 무너뜨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두산은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OB시절에 우승한 뒤 95년에 이어 세번째 한국시리즈 정상에 섰다.

두산의 외국인 선수 타이론 우즈(33)는 한국시리즈 신기록인 홈런 4개를 포함해 23타수 9안타(0.391), 8타점으로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삼성은 준우승으로 통산 일곱번 한국시리즈 정상 도전에서 한번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하는 징크스를 남겼다.

28일 잠실야구장에서 벌어진 6차전은 역전과 재역전을 거듭하는 명승부였다.

1회초 삼성이 2점을 뽑아 기세를 올렸으나 중반 이후 두산의 뚝심이 살아났다. 후반에 접어들며 삼성은 재역전에 성공하며 7차전을 향해 몸부림쳤다. 하지만 최후의 순간 두산은 집요한 승부 근성을 앞세워 경기를 뒤집고 축배를 들었다.

두산은 1-2로 뒤지던 5회말 우즈의 2점 홈런으로 3-2, 역전에 성공하며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우즈는 삼성 김진웅의 몸쪽 체인지업을 걷어올려 잠실야구장 장외로 날아가는 1백45m짜리 초대형 아치를 그려 1루쪽 두산 응원단을 열광케 했다.

두산 선발 박명환의 호투에 눌리던 삼성의 타선은 7회초 폭발했다. 대타 강동우의 2루타와 바에르가의 몸맞는공으로 만든 1사 2,3루에서 김종훈이 깨끗한 좌전안타로 주자들을 불러들여 4-3 재역전에 성공했다. 이어 이승엽이 우전 안타로 뒤를 받쳐 5-3으로 달아났다.

3승3패의 균형을 이루면서 한국시리즈 승부가 7차전으로 넘어갈 것 같은 분위기가 운동장을 감싸기 시작하자 두산은 이를 거부했다. 두산은 7회말 1사 2,3루에서 홍성흔의 내야 땅볼로 1점을 따라붙은 뒤 삼성 투수 임창용의 폭투로 1점을 추가, 끝내 5-5 동점을 만들었다.

승리를 눈앞에 뒀던 삼성이 동점 허용으로 허탈감을 느끼는 사이 프로야구 최강으로 불리는 두산의 '원투 펀치' 정수근과 장원진은 8회말 연속 안타로 포문을 열어 무사 1,2루의 찬스를 만들었다.

우즈의 내야 땅볼로 이어진 1사 2,3루에서 심재학의 희생 플라이로 홈에 파고든 정수근은 승리를 확신한 듯 주먹을 불끈 쥐며 울부짖었다.

9회초 삼성의 반격을 무실점으로 막아낸 마무리 진필중은 마지막 타자 마해영을 삼진으로 잡아낸 뒤 포효를 멈출 줄 몰랐다.

이태일.김종문.최민우.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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