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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대위 전 전주 예수병원장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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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렸던 설대위(미국명 데이비드 존 실) 전 전주 예수병원장이 21일 오후 1시(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몬트리트 자택에서 타계했다. 80세.

루이지애나주의 튜레인 의대를 졸업한 그는 1954년 미국 장로교 의료선교사로 임명돼 아내 설매리(미국명 매리 배처러 실)와 함께 전주에 왔다.

한국전쟁 직후 기아와 질병에 시달리는 주민의 참상을 목격한 그는 전주시 다가동 언덕 위에 자그마한 진료소를 설치하고 환자 치료에 발벗고 나섰다. 아내와 함께 밤을 새워가며 수많은 환자를 돌보면서도 항상 미소를 잃지 않았고, 돈 없고 의지할 곳 없는 환자들도 따뜻하게 보살펴 '빈자(貧者)의 등불'이라는 호칭까지 얻었다.

69년부터 87년까지 18년간 예수병원 원장을 지낸 그는 직접 환자의 피고름을 짜내는 봉사와 희생정신으로 인술을 펼쳤다. 또한 탁월한 경영능력을 발휘해 예수병원을 60~70년대 당시 250여개의 병상을 갖춘 호남 최대의 병원으로 키웠다.

고인은 64년 국내 최초로 암 환자 등록사업을 시작한 데 이어 84년에는 대한두경부학회를 창립하는 등 국내 암치료 사업에 큰 업적을 남겼다. 전북 완주군 고산에 분원을 짓는 등 농촌 보건진료 사업에도 열정을 쏟았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76년 국무총리 표창을 시작으로 국민훈장 목련장(78년)과 상허대상(98년.건국대).인도장 금장(2001년.한국적십자사) 등 많은 훈장과 표창.감사패를 받았다.

90년 미국으로 돌아간 그는 노환으로 투병하면서도 예수병원 암센터 건립을 위한 모금 활동을 벌였다. 지난 8월에는 암 치료 고가장비인 '고에너지 선형가속기'를 보내오는 등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한국의 환자들을 챙겼다.

김민철 예수병원장은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고, 모든 환자를 예수님처럼 대하라는 원칙에서 한치도 물러섬이 있어선 안된다고 강조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몸은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 분이 남긴 큰 뜻은 우리 가슴 속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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