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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대 야간학생 10명 독거노인 돌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여기저기 손을 대다 보니 일은 커져버렸는데 돈과 기술은 없고... 하지만 힘이 들수록 성취감은 커지더라구요.”

전남 나주시의 나주대 사회복지과 야간부 2학년생이기도 한 나주경찰서 방범지도계 정완열(46)경사는 요즘 주말 ·휴일과 밤이면 건축공사장의 십장이 된다.같은 과의 봉사동아리 ‘고리’를 이끌고 사랑의 집 고쳐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고리’회원 10명은 모두 주경야독(晝耕夜讀)하는 만학도.무안에서 법무사무소를 하는 이홍연(52)씨와 나주시청 공무원 김영식(47)씨,조선대 직원 이연이(42·여)씨,삼성생명 생활설계사 최부희(42) 등이다.

이들은 수요일 저녁마다 나주시 산포면 산제마을에 가 혼자 사는 노인 6명에게 재가(在家)서비스를 하다 지난 12일 ‘일’을 저질렀다.윤미녀(81)할머니네 헛간·화장실 건물과 토담이 지난해 여름 폭우 때 쓰러진 채 방치된 걸 보수해주기로 뜻을 모았다.

그러나 일은 생각만큼 간단치가 않았다.무너진 건물 ·담장을 치우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고 고치는 수준을 넘어 다시 짓고 쌓아야 했다.

돈도 기술자들의 인건비까지 계산하니 5백만원을 훌쩍 넘어버렸다.건축자재는 각자 조금씩 보태 해결하고 회원들이 직접 공사를 하기로 했다.

‘십장’ 정 경사가 톱·삽 등 각종 연장을 빌려오고,기술자들에게 귀동냥해 작업을 지휘하기 시작했다.

일은 축사를 지어본 적이 있는 이성선(33 ·농업 ·장흥군 용산면)씨가 앞장서 줬다.

“집 지어 보기는 처음이니 어쩌겠습니까.콘크리트블럭을 쌓다 비뚤어지거나 허물지면 처음부터 다시 하고...배우면서 짓고 있죠.”

그는 다음달 18일 같은 회원 현명숙(28 ·간호사)씨와 결혼하기로 날을 받아둬 바쁜 가운데서도 예비신부와 함께 노력 봉사를 하고 있다.

고1 ·중2짜리 아들을 둔 고경자(39 ·광주시 봉선동)씨 등도 여자라고 해서 뒷전에만 있지 않았다.삽을 들고 모래 ·시멘트를 섞는가 하면 블럭을 나르는 등 험한 일을 서슴지 않았다.

토 ·일요일만 작업하다 보니 공정이 더뎌 지난주부터 화 ·목요일 밤에도 전깃불을 밝힌 채 작업하고 있다.

현재 길이 7m,폭 3.4m의 헛간채를 거의 다 지었고 담장 대신 25m의 철조망을 치기 시작한 상태.

정 경사는 “모두 낮에는 직장·집안 일을 하는데다 거주지가 광주 ·무안 등 원거리여서 더욱 힘들다”며 “이달말까지는 어떻게 하든 공사를 마칠 작정이다”고 말했다.

또 나주대 사회복지과 박상하(42)교수는 “우리 교수들도 놀랄 만큼 일을 크게 벌였는데도 잘 마무리하고 있다”며 “나이들을 먹은 학생들이라서 저력이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글=이해석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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