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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양구 '콩박사' 정낙훈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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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의 정낙훈(鄭樂勳 ·55)씨.이 지역 주민들은 ‘우리콩 운동본부’ 본부장을 맡고 있는 鄭씨를 ‘콩박사’라고 부른다.

마을과 인연을 맺은지 2년 남짓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손꼽힐만큼 규모가 큰 콩농사를 짓는데다 콩에 관한한 모르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수원에서 살던 鄭씨가 해안에 처음 발을 디딘 것은 지난 1999년 가을.콩농사를 짓는데는 이곳이 최고라는 이웃의 손에 이끌려 해안을 찾았다.마을을 보자마자 “해안이야 말로 내가 뼈를 묻어야 할 곳”이라고 생각했다는 鄭씨는 지난해 봄 15만여평을 임차해 콩농사를 시작했다.

추수를 끝내고 4만여평의 밭을 사들였다.집도 한채 사 주소도 옮겼다.올해 19만여평에 콩나물콩과 백태,서리태,서목태(쥐눈이 콩)등 각종 콩을 심었다.

鄭씨는 “씨 뿌리기와 수확 등 모든 것이 실험단계라 올해는 수확량은 9백여가마 불과할 것”이라며 “모든 것이 정상화되는 내년이면 1만평당 1백가마 정도의 콩을 수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씨의 생각대로라면 현재의 콩값(1가마 20만원)을 기준으로 4억원 정도의 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첩첩산중인 해안에 정착해 콩농사를 짓는 것은 수입콩으로부터 우리콩을 지키기 위한 것.농협중앙회 안성지도자교육원 등 농협에서 근무했던 鄭씨는 “우루과이라운드 협상과정을 지켜보면서 쌀과 콩은 어떻게는 지켜야겠다고 생각했다”며 94년 농협에 명퇴제도가 도입되자 주저없이 23년간의 농협생활을 청산했다.

鄭씨는 농협을 그만두면서 자신이 추진해야할 우리콩 살리기 운동 방향을 1단계 소비의 촉진,2단계 생산의 장려,3단계 음식 가공품 제조 판매로 정했다.

鄭씨는 94년 이후 1년여동안 콩농사를 지으면서 새로운 콩나물 제조기를 개발했고 ‘우리 콩나물 콩 살리기 운동본부’라는 사업체도 만들었다.99년에는 청국장 발효기도 개발해 특허를 출원했다.

해안에서의 콩농사는 우리콩 살리기 2단계 사업이라는 鄭씨는 “내년에는 주민들과 함께 작목반을 편성,2백여만평에 콩을 심겠다”고 말했다.콩 생산기반이 갖춰지면 관광농원 조성 등 3단계 사업을 시작한다는 것이 정씨의 구상이다.

양구=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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