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 · 보선 野 3 :0 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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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나라당이 10.25 재.보선 3개 지역(서울 동대문을.구로을,강릉)에서 모두 승리했다. 한나라당은 "정권의 총체적인 실정(失政)과 부패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 내려졌다"(金鎭載부총재)며 환호했다. 이번 재.보선 결과로 향후 정국은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당장 여야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상황이다.

선거 승리로 한나라당은 국회 의석 과반수(1백37석)에 한석 모자라는 1백36석을 확보하게 됐다. 이회창(李會昌)총재로선 정국 주도권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김만제(金滿堤)정책위의장은 "내년 지방선거와 대선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서울 두곳의 승리는 영남을 중심으로 강하게 형성돼온 '이회창 대세론'을 수도권으로까지 확산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한나라당측 기대다.

李총재는 '공천 잘못'시비에 대한 부담도 덜게 됐다. 최돈웅(崔燉雄)당선자는 선거법 위반 재판으로 의원직 상실 위기에 처하자 의원직을 편법 사퇴한 뒤 다시 공천을 받았다. 그럼에도 선거에서 이겨 李총재의 당 운영에 비판적인 비주류도 당분간 할 말이 없게 됐다.

한나라당은 선거 승리 여세를 몰아 독자적으로 원내 과반수를 확보한다는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향후 정국운영의 기본 방향은 대여(對與)유화책"(金武星총재비서실장)이라고 밝혔지만 물밑에선 자민련 의원 영입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李총재는 얼마전 자민련의 한의원을 은밀히 만나 입당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이 자리엔 이 의원과 친분이 두터운 김용환(金龍煥)의원도 있었다고 한다. 한나라당의 한 부총재는 또다른 자민련 의원을 입당시키기 위해 벌써 여러 차례 접촉했다.

한나라당의 이같은 움직임은 양당구도를 굳히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다. YS(金泳三 전 대통령)-JP(자민련 金鍾泌 명예총재)의 보수신당론, '3金연대'를 바탕으로 한 영남후보론 등을 분쇄하기 위한 전략이란 얘기다. 실제로 한나라당의 이번 선거 승리로 YS-JP가 모색하던 정계개편은 그 추진력이 약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선거 패배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국정장악력은 눈에 띄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현상)가속화로 현재 추진 중인 정책은 물론 여권 내부의 결속까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이번 선거는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외면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햇볕정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정권의 중요한 정보가 한나라당에 들어갈 가능성도 커졌고, 金대통령의 당적 이탈과 거국내각 구성을 요구하는 야당의 목소리도 한층 드세질 것 같다.

민주당에선 선거 패배 책임론이 제기돼 한광옥(韓光玉)대표체제가 흔들릴 공산이 크다. 차기 대선주자들은 대선후보 조기가시화론 등을 제기하며 金대통령의 레임덕을 더욱 촉발하고, 당내 소장.개혁파들은 다시 정풍(整風)운동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이들이 동교동계 구파를 중심으로 한 정권 핵심세력과 부딪칠 경우 여권 내 분열과 갈등은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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