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노동기구 보고서, 세계 관광업계 9백만명 실직 예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2면

국제노동기구(ILO)가 9.11 테러 여파로 전세계 관광업계 종사자 가운데 거의 9백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24일 전망했다.

ILO는 관광객이 급감해 세계 관광시장 규모가 전년에 비해 10% 이상 줄어들고, 2억7백만명에 달하는 관광 및 관련업계 종사자 중 8백80만명이 실직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같은 전망은 추가 테러가 없고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습이 이른 시일 안에 마무리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ILO는 업계의 발표와 1991년 걸프전 당시 관광업계 영향을 분석해 18쪽짜리 보고서를 작성했으며, 이를 토대로 25~2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대책 회의를 연다.

이 보고서는 조만간 미국에서 1백10만명이 직장을 잃을 가능성이 크며, 상황이 나빠질 경우 이 수치가 3백80만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의 실직자는 1백20만명이 늘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 관광객에 대한 의존율이 높은 캐나다.멕시코.영국 등과 남미.아시아 등 그밖의 나라에서도 상당한 실직이 발생할 것으로 ILO는 예상했다. 호텔.여행사의 시간제 근로자들과 관광안내원.버스기사 등이 주 감원대상이 될 것으로 파악됐다.

ILO의 후안 소마비아 총재는 "관광업계의 고용 위기가 장기간 지속될 것이며, 걸프전에 비춰볼 때 회복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관광업체들의 손실폭이 예상보다 커지고 있는 것도 이같은 '위기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미국의 양대 호텔체인인 매리엇과 칼슨은 테러 이후 매출이 40% 가량 줄었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리조트업체인 클럽메드는 이미 세차례나 실적악화 전망을 내놓았으며, 이번 겨울휴가 기간에 멕시코 등 10개국의 15개 리조트를 잠정 폐쇄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홍수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