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실패한 배영수 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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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지나친 공격 일변도는 오히려 화(禍)를 부른다. 그래서 강수(强手)를 쓰기 위해서는 정확한 상황 판단이 요구된다.

'코끼리' 김응룡 감독의 '배영수 카드'는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김감독은 배영수(20)를 1,2차전에 중간 계투로 투입했음에도 3차전 선발로 기용하는 강수를 두었다. "배영수의 구위가 팀내 투수 중 가장 좋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1,2차전을 모두 뛴 투수가 3차전에 선발로 기용된 경우는 1996년 이강철(당시 해태)이 유일했다. 그만큼 전례가 거의 없는 무리수를 쓴 것이다.

배영수는 3회를 버티지 못하고 4실점하며 강판당했다.이선희 삼성 투수코치는 "배영수는 1차전에서 28개, 2차전에서 8개만 공을 던져 3차전에 선발로 나서도 어깨에 부담이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한국시리즈에서 던진 한개의 공은 정규시즌 2~3개의 공을 던지는 것보다 더 큰 피로감을 준다"는 송진우(한화) 투수의 말처럼 단순히 투구수로만 따져 선발투수를 결정한 것은 오산이었다.

무엇보다 갈베스와 임창용 1,2선발이 흔들린 상황에서 프로 2년차로 스무살내기에 불과한 배영수에게 팀의 에이스 역할을 떠넘긴 것이 무리였다.

올 시즌 일취월장했으나 배영수는 '새가슴'이라는 별명처럼 아직 큰 경기 경험이 없다. 배영수 이후에 등판한 노장진이 나름대로 호투한 대목에서 아쉬움은 더욱 커진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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