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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에도 나눔의식 담긴 세격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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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기부(나눔)와 같이 자신과 주변을 행복하게 만드는 행동을 하고 있지만 잘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세금을 내는 일이다. 세금은 국가 성장의 원동력이란 기본 역할과 함께 소득 재분배 기능으로 사회적 통합 및 나눔을 실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세금을 통해 사회적 나눔을 실천함으로써 느끼는 행복, 우리는 이것을 세금이 가지는 품격(品格)이라 해도 될 것이다. 이른바 ‘세격(稅格)’, 즉 세금의 품격은 올바른 납세인식의 확립, 성실납세 그리고 공정세정의 실천으로 달성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국세청에서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납세의무를 실천해 귀감이 되는 성실납세 사례를 발굴했다. 체납된 세금을 완납하기로 하고 야간 대리운전까지 하며 약속을 지킨 건설 중기업자, 지방 소규모 시장에서 생선장사를 하면서도 정직한 세금 신고와 이웃에게 나눔을 1등으로 실천한 생선가게 아저씨 등…. 이들에게서 납세는 의무가 아니라 기꺼이 누리는 국민의 권리임을 느낄 수 있었다.

명심보감에 ‘견인지선 이심기지선(見人之善 而尋己之善)’이란 글귀가 있다. ‘남의 선한 일을 보면 자신도 착해지려고 노력하라’는 뜻이다. 스스로가 납세의 격을 높이도록 노력하고, 정당하게 세금을 내며 ‘부’를 쌓는 주위의 청부(淸富: 깨끗한 부자)에 대해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야 한다. 서로를 격려하고 존중하는 품격 있는 납세의식은 많은 사람으로 하여금 정당하게 번 소득에 대해 숨기지 않고 세금으로 사회에 환원하며, 깨끗한 부를 쌓는 선(善)순환적 납세문화를 만들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사회 일각에는 세금을 ‘빼앗기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자신이 내는 세금이 국가뿐만 아니라 이웃에게 밝은 희망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하면서 세금을 낸다면 기부할 때처럼 기분 좋게 낼 수 있지 않을까. ‘아까워하는 납세자’에서 기분 좋게 세금 내고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만들어 가는 ‘행복한 납세자’의 품격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국세청은 고의적 탈세에 대해서는 엄정히 대응하고 성실한 납세자는 우대함으로써 납세의 보람을 느끼게 하는 품격 높은 세정을 집행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높아지는 국가의 위상에 걸맞게 세금의 품격을 높여 나라의 격(國格)을 제고하는 데 관심이 필요하다. 국민의 성실납세와 국세청의 공정세정으로 세격을 더 높인다면, 더 큰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미래가 활짝 열리리라 확신한다.

이현동 국세청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