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26만원·시계 70만원 '아동 명품족' 눈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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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70여만원짜리 손목시계, 70여만원짜리 정장, 10만원짜리 머리방울….

최근 일부 초등생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는 '명품 목록'이다.

부모의 무분별한 자녀 치장 욕구가 어린이들의 사치 경쟁을 부르며 생겨난 달갑잖은 유행이다.

주부 金모(39.서울 성북구 돈암동)씨는 이달 초 친지 결혼식에 가면서 D초등학교 5년.3년생 두 아들에게 70만원짜리 외국계 A브랜드 정장을 한벌씩 사주었다.

沈모(40.여.서울 강남구 대치동)씨는 올 여름 초등학교 6년 딸이 1년 전부터 조른 G사의 손목시계를 선물했다. 알록달록한 헝겊 밴드가 특징인 이 시계도 70만원짜리.

원래 어른용이지만 요즘 부잣집 아이들의 인기 품목이라는 게 沈씨의 말이다.

서울 K초등학교 6년 崔모양은 "요즘에는 명품을 가진 아이들끼리만 따로 어울린다"며 ▶L사의 머리방울(10만원)▶E사의 머리띠(5만원)▶F사의 열쇠고리(10만원) 등을 소위 '인기품목'이라며 읊었다.

이런 세태는 제작사의 상술과 맞물려 유아들에게까지도 옮겨가고 있다. 한 켤레 26만원인 가죽 안감 신발(2세용)을 최근 시판한 외국계 G사 관계자는 "제품에 대한 문의전화가 많이 온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두 초등생 아들을 둔 柳모(37.여.서울 동작구 상도동)씨는 "고가품들을 사달라고 조르는 아이를 야단을 쳐 달래지만 속이 상한다"며 "뭔가 잘못 가고 있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柳씨는 "속 없이 위화감을 조장하는 학부모들도 문제지만 이를 방관하는 학교측도 원망스럽다"고 지적했다.

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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