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한 한나라 "조폭정권 본색 드러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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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나라당은 22일 제주경찰청의 한나라당 제주도지부 압수수색에 대해 분노했다. 대변인실의 각종 성명.논평에는 거친 용어들이 동원됐다.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정당정치의 기본틀을 무너뜨리는 정치적 폭거이자 야당파괴 행위"라며 "조폭정권의 본색을 드러냄으로써 정권 퇴진을 자초하고 있다"고 비난했다.그러면서 "검경총수는 즉각 물러나고 행정자치부 장관은 국민에게 사과해야하며, 제주경찰청장을 즉각 해임하라"고 요구했다.

◇ "좌시하지 않겠다"=오전에 치러진 김용환(金龍煥) 한국신당 대표와 강창희(姜昌熙) 전 자민련 부총재의 입당식은 자연스럽게 대여(對與)성토의 장(場)으로 변했다.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이 정권이 제대로 된 민주정부인지, 독재로 가는 정부인지 알 수 없게 한다"며 "우리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李총재는 "정치가 혼란과 극단적인 막판대결로 가는 모양"이라며 '맑고 깨끗한 샘물은 그 앞에서 큰소리로 욕지거리를 해도 결코 더럽혀지지 않는다'는 아우렐리우스의 격언을 인용하면서 "우리 당이 이 나라를 밝게 비추는 광명의 빛이 되자"고 말했다.

행사장 곳곳에서는 "李총재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싸우자" 등의 구호가 터져나왔다.

이에 앞서 긴급 당직자회의에서 이재오(李在五)원내총무는 "권력형 비리가 속속 드러나자 야당 탄압으로 국면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기배(金杞培)총장도 "재.보선에서 여당의 패색이 짙자 국민이 정치판에 환멸을 느끼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항의방문=하순봉(河舜鳳)부총재 등 행자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 8명은 이날 오후 이근식(李根植) 행자부 장관과 이무영(李茂永) 경찰청장을 항의차 방문했다.

河부총재는 李장관에게 "산하기관이 상식 이하의 짓을 했다. 이럴 수 있느냐"고 다그쳤다. 李장관은 "압수수색 사실을 몰랐다"고 답했다.

또 의원 8명으로 구성된 '압수수색 항의단'은 제주경찰청을 방문, 압수수색영장 청구 근거 등을 2시간 동안 거칠게 따졌다. 한나라당은 이날 무산된 국회 행자위와 법사위 연석회의를 23일 오전 다시 소집하기로 했다.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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