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속 '수출 잘하는 기업' 비결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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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7만6천달러에서 5백19만5천달러로.

마이크 속에 노래 반주기기를 내장한 일체형 마이크로 세계시장의 높은벽을 넘고 있는 엔터기술의 올들어 8월까지 수출 실적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한 액수다.

동영상과 노래 가사를 입력한 반도체칩을 마이크 속에 내장해 비디오카세트레코더(VCR)만한 노래방 기기를 일일이 들고 다녀야 하는 불편을 없앤 것이 주효했다.

이 회사 이성호 전무는 "수출대상국 국민들의 노래 습관을 살린 편곡 등 오락 상품답게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쓴 것이 먹혀 들었다"고 말했다. 수출을 잘하는 기업은 이처럼 남다른 노하우가 있다.

◇ 외국과의 합작.제휴가 한 몫 했다=애니메이션 영화를 수출하는 한신코퍼레이션은 외국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수출시장을 대폭 늘렸다. 지난해 9백만달러에서 올해는 2천만달러, 내년에는 4천만달러의 수출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 회사 최신묵 사장은 "자금 측면에서 안정을 기할 수 있는 데다 해외 업체와 공동제작을 통해 수출도 늘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바코드를 인쇄할 수 있는 특수필름과 금박필름을 만들고 있는 ITW특수필름은 올 수출액이 20% 가까이 늘었다. 1999년 SKC에서 미국 ITW로 매각된 이 회사는 해외판매망 확보로 수출에 성공한 것이다.

영업팀 정연용 부장은 "국내 산업 부진으로 내수가 20% 가까이 줄었지만 수출 물량이 8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올해 15% 이상의 매출 증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 세계는 넓고 시장도 넓다=세원텔레콤은 휴대폰을 중국 등지로 수출하면서 연초부터 지난 8월까지의 수출액이 1억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전체 수출액보다도 두 배 이상 많은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내수에 만족하지 않고 중국.유럽.브라질 등으로 시장을 계속 넓혀 왔다"며 "특히 이웃 중국 시장을 다른 업체보다 한 발 빨리 개척한 것이 앞으로도 상당기간 수출 증대에 도움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 기술개발이 주효했다=위성방송 수신기(셋톱박스)제조업체인 아스톤코리아는 기존의 아날로그식 수신기를 올해초 디지털방식으로 바꾸면서 수출이 대폭 늘었다. 다양한 유료채널 제어방식을 모두 지원하는 기술을 개발하면서 유럽 바이어들의 호평을 받았다.

열병합발전소에 쓰이는 폐열(廢熱)회수장치를 만드는 성진지오텍은 올 1~8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배나 늘어난 3천8백여만달러 어치를 수출했다.

이 회사 이영호 부장은 "4년 전부터 이 분야가 전망이 있을 것으로 보고 지속적인 기술 개발을 해 온 것이 때를 만난 것 같다"고 말했다.

김동섭.이현상.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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