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 3분기 실적과 주가 '엇박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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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국내 주요 기업의 실적 발표 시즌을 맞아 3분기 실적과 주가가 엇박자 걸음을 하고 있다.

실적이 저조했거나 나빴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술주의 값은 오르는 반면 실적이 좋아진 내수업종의 주가는 뒷걸음질치고 있다. 기술주의 경우 실적 악화가 이미 주가에 반영됐고 내년 경기 회복기에 주가가 크게 상승할 것이란 기대감으로 외국인들이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반면 내수주들은 주가가 부담스런 수준인 데다 '실적 호전'이란 재료의 노출 시점을 매도 기회로 삼으려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많아 곤욕을 치르고 있다.

포항제철은 지난 16일 "3분기 매출은 줄었지만 영업이익이 늘었다"고 발표했으나 주가는 8만5천원대에서 게걸음을 하고 있다. 이에 비해 19일 "3분기 매출이 2분기 대비 절반으로 줄고 영업손실은 두배로 늘었다"며 사상최악의 실적을 공개한 하이닉스반도체의 주가는 1천원선에서 안정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번 주부터 잇따라 실적을 발표할 삼성전자.LG전자도 마찬가지다. 현대증권은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고, LG전자도 영업수익성이 나빠지고 데이콤 지분매각 손실로 경상이익이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두 회사의 주가는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모건스탠리와 골드먼삭스 등 외국 증권사들이 5개월 만에 처음으로 투자의견을 상향조정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집중 매수하고 있다.

이에 비해 실적 호전을 내세워 올해 증시를 주도해온 내수주들의 주가는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다음달 2일 실적을 발표할 태평양에 대해 크레딧 스위스 퍼스트 뱅크(CSFB)증권은 "매출이 20% 이상 늘고 영업이익증가율도 호조를 보일 전망"이라며 "실제 실적은 시장이 예상하는 수준보다 더 좋을 가능성이 크다"고 매수를 추천했다. 그러나 태평양은 외국인의 매도공세가 거칠어지면서 지난 한 주동안 10% 이상 빠졌다.

현대자동차도 미국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재고량이 줄어 3분기 실적이 호전됐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주가는 2만원대를 좀체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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