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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장사' 의혹 성남시] 땅 산뒤 곧바로 매각공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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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토지공사가 1999년 10월 성남시에 백궁.정자지구의 백현 유원지 부지 등 10만여평을 감정가보다 50%나 싼값에 넘긴 것은 용도변경이라는 '당근'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인근의 알짜배기 업무.상업용지 8만6천평에 대해 아파트 건설이 가능토록 용도변경을 추진하는 시점에서 변경권한을 가진 성남시의 비위를 건드렸다가 낭패를 당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감도 작용했다.

◇ 토공은 왜 절반 가격에 팔았나=토공은 성남시에 백현유원지 땅을 헐값에 팔아 6백64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보았다.

토공이 성남시와 이 땅 매매협약을 맺은 것은 99년 10월 7일. 당시 토공은 성남시에 98년 10월에 이어 99년 7월 백궁.정자지구 용도변경을 신청했으나 확답을 받지 못한 상태였다.

따라서 용도변경에 몸이 단 토공으로서는 성남시의 50% 할인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이러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성남시는 백현유원지 말고도 백궁.정자지구내 상업용지 4천8백35평에 대해서도 30%를 할인한 가격에 추가로 팔 것을 요구해 관철했다.

토공 관계자는 "솔직히 당시 상황에서 성남시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 성남시 유원지 개발의지 있었나=성남시는 이 땅에 호텔과 컨벤션센터.위락시설 등을 조성할 계획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땅을 매입한 뒤 곧바로 매각 입찰공고를 낸 것을 보면 매매차익을 노려 민간업체에 땅을 팔 속셈이 아니었던가 하는 의혹이 일고 있다.

현재 백현유원지 땅은 나대지로 방치돼 있으며 인근 실내경기장 부지는 사업자 선정마저 안된 상태다.

◇ 성남시의 용도변경 후 '땅 장사'실태=성남시는 백궁.정자지구 외에도 분당 내 많은 곳을 용도변경한 후 아파트부지로 되파는 등 용도변경권을 남발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우선 분당지하철 이매 역사(驛舍) 건설비 명목으로 99년 토공으로부터 제공받은 야탑동 188의4 일대 2천6백평(시가 46억6천만원)의 근린상업용지를 주상복합아파트 지역으로 용도변경했다.

성남시는 이 땅을 지난해 5월 복합시설용지로 변경, 5개월 후 O산업에 1백18억원을 받고 매각해 72억원의 시세차액을 남겼다. 이 곳에는 1백75가구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가 세워질 예정이다.

또 99년 10월 야탑동 190 일대 도축장 부지 2천8백평을 자연녹지에서 일반주거지로 용도를 변경해 고층 아파트 건설 허가를 내주기도 했다.

정재헌.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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