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행 인수나선 동양그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동양그룹 고위 관계자는 19일 "서울은행 인수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동양그룹이 금융전업그룹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전업그룹이 되려면 금융업 비중이 75%를 넘고, 제조업의 자산이 2조원을 밑돌아야 한다. 동양그룹의 현재 금융업 비중은 59% 수준이고, 제조업인 동양메이저의 자산은 2조3천억원이다. 동양메이저의 시멘트 부문을 계열에서 분리하면 금융전업그룹 요건을 맞출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시멘트 부문이 그룹의 모태인 데다 아직까진 확실한 수입원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동양그룹은 시멘트 부문의 지분을 갖고 있으면서 경영에서 손을 떼는 조건으로 계열에서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은행 지분은 정부가 1백%를 갖고 있기 때문에 동양이 경영권을 행사하려면 50%를 넘는 지분을 사야 한다. 그 때문에 다른 대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거나 외국 자본을 유치해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정부의 생각은 아직은 두 갈래로 보인다. 금융전업그룹의 탄생을 기대하면서도 우량은행에 넘기는 방안에도 미련을 두는 모습이다. 외환.조흥은행 등과 합병하는 방안은 '지참금(공적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재로선 고려하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금융전업그룹이 만들어져 서울은행을 인수한다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인수 능력과 인수 후 경영능력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전업그룹이란 새로운 모델의 탄생을 추진해 왔으면서도 막상 자신없어 하는 표정이다.

서울은행을 주택.신한.하나 등 우량은행에 넘기는 방안은 은행 숫자를 줄인다는 측면에서도 금융 당국의 이해와 맞아떨어진다. 하지만 우량은행들은 고개를 내젓고 있다.

이세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