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공, 분당 1600억대 땅 돌연 개인에 매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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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용도 변경 과정에서 정치권 개입설이 나돌고 있는 분당 백궁.정자지구 쇼핑단지 3만9천평에 대해 한국토지공사가 포스코개발과 해약한 뒤 군인공제회와 계약이 성사되기 직전에 느닷없이 홍원표(53)씨 등 두명에게 판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토공은 무려 1천5백97억원짜리 땅을 법인이 아닌 개인에게 서둘러 수의계약 형식(본지 10월 18일자 1면)으로 팔면서 "한번 팔았던 땅"이라는 이유를 내세웠으나 비슷한 처지의 인접한 다른 땅에 대해서는 경쟁 입찰을 통해 비싸게 판 것으로 확인돼 이 과정에서의 외압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18일 토공에 따르면 1998년 12월 포스코개발이 해약한 이 땅에 대해 이듬해 4월 26일 군인공제회가 '3년 무이자 할부조건으로 사겠다'는 토지 매입 의향서를 내 이같은 매입 조건을 수용키로 하고 당시 김윤기(金允起.전 건설교통부 장관)사장의 결재까지 거쳐 군인공제회에 매각이 가능하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토공측은 군인공제회가 5월 21일 "사업 장기화로 차질이 생기면 계약을 해지하거나 대토(代土)를 달라"는 조건을 제시하자 불과 3일 뒤인 24일 洪씨 등과 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이같은 사실을 26일 군인공제회측에 통보했다. 洪씨 등이 당시 내건 조건은 단순히 '5년 할부'이어서 군인공제회가 제시한 것과 비슷했다.

군인공제회측은 "토공이 당시 우리가 제시한 대토 조건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긴 했지만 매매 협의가 아주 결렬된 것은 아니었다"며 "洪씨측이 워낙 자금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결국 우리에게 넘어올 것으로 알았는데 의외의 결과가 나와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토지공사측은 "매각 대상을 바꾼 것은 洪씨 등이 제시한 조건이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뿐 다른 이유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대규모 토지 매매의 경우 관행상 기존 협의가 결렬된 뒤라야 제3자와 다시 협의하는 게 상식"이라며 "더욱이 충분한 협의과정 없이 3일 만에 든든한 법인을 제쳐두고 자금력이 검증되지 않은 개인과 거래를 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손용태.황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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