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설계변경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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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분당 백궁.정자지구의 용도변경 특혜 의혹은 도시설계 변경의 최종 권한이 2년 동안 광역자치단체장과 기초자치단체장 사이를 오락가락하면서 빚어졌다.

도시설계 변경권한은 지방자치제가 시작된 이후인 1995년 건설교통부 장관에서 시.도지사(광역자치단체장)로 이관됐다. 물론 도시설계 변경 신청은 일선 시.군인 기초 자치단체에서 하지만 최종 승인권은 시.도지사에게 있었다.

광역단체 단위로 일관성 있는 지역개발을 꾀한다는 차원에서였다. 그러다가 98년 8월 당시의 규제완화 추세와 맞물려 규제개혁심사위원회는 설계변경에 대한 실질적인 판단과 결정을 관련법의 테두리 내에서 사실상 기초단체가 하고 있으므로 시.도지사의 최종 승인은 불필요한 것이라고 폐지결정을 내렸다.

건교부는 이를 받아들여 당시 입법예고 중이었던 건축법 개정안의 설계변경권자를 기초자치단체장으로 바꿔 99년 2월부터 시행했다. 지난해 5월 9일 성남시장이 백궁.정자지구의 설계변경을 승인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때는 이미 사실상 같은 내용이면서 건축법 상 도시설계 변경권은 기초단체장이, 도시계획법 상 상세계획으로 정해진 사업은 광역단체장이 승인하는 문제점이 나타났을 때였다. 이에 따라 의원입법을 통해 이를 도시계획법으로 일원화하고 최종 승인권도 시.도지사에게 다시 돌리는 쪽으로 법안이 재개정됐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이처럼 관계법이 일관성이 없으니 백궁.정자지구의 설계변경에 대한 특혜의혹이 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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