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맨유 생활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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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그는 책에서 “내가 성실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나도 지각해서 두 번이나 벌금을 냈다”며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250파운드(약 50만원)를 물었던 것 같다”고 적었다. 이어 “벌금은 구단이 모아 연말에 자선기금으로 기부하거나 크리스마스 파티 비용으로 사용한다”면서 “맨유 동료 중 지각대장은 프랑스 출신의 루이 사아였다”고 귀띔했다.

박지성의 지갑에는 뭐가 들어 있을까. 6∼7년은 족히 썼을 법한 낡은 지갑 안에는 60파운드(약 12만원)와 신용카드 2개, 도핑테스트 센터 출입증이 고작이었다. 73억원의 연봉에다 각종 수입을 합쳐 한 해에 1000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지만 정작 본인은 돈에 무감각하다고 한다. 그는 “영국에서는 돈 쓸 일이 거의 없다. 점심도 구단에서 먹고 오는 경우를 빼면 거의 집에서 해결하는 편”이라며 “한국에 가서 친구들과 만나면 대부분 내가 돈을 내는 편이지만 큰돈을 쓸 일은 없다”고 밝혔다.

향수를 사러 갔을 때 일이다. 그는 한 시간 넘게 이 향, 저 향 다 맡아본 후 하나를 샀는데 집에 와서 보니 향수가 아니라 애프터 셰이브 로션이었단다. 이를 본 아버지가 한바탕 웃으면서 놀려대는 통에 그도 덩달아 웃고 말았다고 한다.

어린 시절 키를 늘리려고 개구리 즙도 마다않던 그는 맨유에 입단한 후 보양식을 뚝 끊었다. 입단 초 대표팀에서 받아온 비타민을 먹었다가 한바탕 난리를 치러야 했기 때문이다. 의무팀 한 사람은 약 봉투를 사진 찍고, 한 사람은 무슨 약이냐고 따져 물었다. 금지약물 복용에 엄격한 구단 직원의 호된 꾸지람을 들은 이후 ‘밥이 보약’이라 생각하며 살고 있다.

요즘 박지성의 가장 큰 고민은 뭘까. 맨유의 프리미어리그 우승이라거나 남아공 월드컵 16강 같은 걸 기대했지만 그는 의외로 ‘결혼’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책에다 “주변에서 결혼을 재촉하는 주문이 많아 히스테리가 생길 것 같다”면서 “남아공 월드컵이 끝나면 부모님 성화에 못이겨 선을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원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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