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총리 국회방문 무산은 국제망신" DJ 격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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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대중(金大中.얼굴)대통령이 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국회 방문이 한나라당의 저지로 무산된 데 대해 매우 화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6일 이같이 밝히고 "후진국도 (물리적으로 방해하는)그런 나라는 없다더라"고 비난했다. 다른 핵심 고위 관계자도 "세계외교에 전례가 없는 일이다. 한국 정치의 수준을 보여준 국제적 망신"이라고 격분했다.

"집권하려는 사람들 태도가 왜 그러냐"면서 "정부는 외교관계상 넘지 못할 선이 있는데 야당이 정정당당하게 따져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친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은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이 고이즈미 총리의 국회 방문을 몸으로 막겠다고 밝힌 데 대해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다.

또 한가지 金대통령이 아쉬워하는 것은 "회담 성과가 언론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金대통령은 고이즈미 총리가 한국에 오기 전 '(정상회담에서)진검(眞劍) 승부를 하고 오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굉장히 긴장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객관적인 평가보다 내용적으로 더 좋아 金대통령은 대단히 만족해 한다"는 것이다.

16일 국무회의에서 金대통령은 일본 자위대의 대(對)테러전 파병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해 합리화만 시켜줬다는 한나라당측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자위대 파병을 요청한)미국의 태도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아시아 여러 나라가 일본의 무장 등에 대해 걱정하는 것은 자신감의 결여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일본이 걸프전이나 대테러전, 평화유지군(PKF)참여 등 유엔을 등에 업고 군사대국화의 길을 걷고 있다는 아시아국가들의 주장을 정면으로 뒤집는 발언이다. 또 일본이 재무장하고 있다고 보는 국내 다수 여론에도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더구나 고이즈미 총리는 일본의 전쟁 포기와 무기보유 금지를 명시한 헌법 9조 개헌론을 제기하고, 대테러전에서 자위대의 역할을 확대하려는 방침을 밝혔었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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