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경제] 선물거래가 뭐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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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요즘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걱정이 많아요. 지난 달 미국 테러 사태가 일어난 뒤 주가가 많이 떨어졌거든요.

그런데 주가가 떨어졌을 때 큰 돈을 벌었다는 사람들이 있어요.

파생상품을 이용했다는 것이에요. 미국 테러가 일어난 다음 날인 지난 달 12일 서울 증권시장에서 파생상품의 한 종류인 옵션 거래를 한 투자자 중 하룻밤새 최고 5백5배의 이익을 낸 사람이 있답니다. 이날 반대로 옵션 거래를 했던 증권사들은 회사가 휘청거릴 정도로 큰 손해를 봤다고 해요.

이날 주가는 10% 밖에 떨어지지 않았어요. 그런데 파생상품이 뭐길래 원금의 수백 배씩 이익이나 손해를 볼 수 있을까요.

파생상품은 통상적인 상품거래의 내용을 다르게 만들어 사고 파는 것을 말합니다. '파생(派生)'이란 어떤 것으로부터 갈라져 나왔다는 뜻이죠.

좀더 쉽게 알아보기 위해 대표적인 파생상품인 선물(先物)을 살펴볼까요. 미래의 거래를 지금 미리 약속하는 것이 '선물'입니다.

지금 정한 가격으로 미래에 상품을 사고팔기로 하는 것이죠. 물건 값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모르므로 미리 값을 정해놓아 앞으로의 값 변화에 따라 나타날 손해를 막자는 생각에서 시작된 거래랍니다.

많은 친구들이 들어봤을 '밭떼기'를 예로 들어 볼까요?

철수는 배추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올해 수확이 좋을 것 같은 데도 철수의 마음은 조마조마합니다.김장철에 배추 수확이 많아 배추값이 떨어질 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배추값이 포기당 5백원까지 떨어져 손해를 입었던 철수는 앞으로 값이 어떻게 되든 포기당 1천원만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서울에서 배추 장사를 하는 영수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올해 수확이 좋을 곳도 있지만 수확이 시원찮을 곳도 많아 보였습니다.

영수는 올해 배추 값이 오를 것이라고 보고, 포기당 1천원에 배추를 미리 사놓고 싶었답니다.

철수와 영수는 서로의 걱정을 덜기 위해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영수가 철수에게 포기당 1천원에 배추를 사기로 계약한 것이지요. 영수는 배추를 건네받을 때 잔금 9백원을 주기로 하고 우선 계약금으로 철수에게 포기당 1백원씩을 건넸습니다. 미래의 상품을 지금 사고 팔았으니 초보적인 선물계약이 체결된 겁니다.

이제 김장철이 되어 배추 값이 결정되면 두 사람의 입장이 어떻게 되는지 살펴볼까요. 배추 값이 1천5백원이 되면 철수가 포기당 5백원을 손해보고 영수가 그만큼의 이익을 얻게 됩니다. 반대로 포기당 5백원이라면 영수가 손해보고 철수가 이득을 얻겠죠. 어느 경우에나 두 사람은 50%의 이익과 손실을 나눠가집니다.

<그림 참조>

더 많은 사람이 끼어드는 선물거래를 알아봅시다. 김장철이 되기 전에 영수가 갑자기 이민을 가게 됐어요. 철수네 배추를 살 때까지 기다릴 수 없게 된 것이죠. 아직 김장철이 되지 않았지만 영수 생각대로 흉년이 예상돼 배추 값은 1천3백원까지 올라 있었답니다.

영수는 김장철에 철수한테서 배추를 포기당 1천원에 사기로 계약한 상태죠. 그래서 옆가게 주인에게 포기당 1천3백원에 배추(정확하게는 앞으로 철수한테 배추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팔았답니다. 옆가게 주인도 배추 값이 더 오를 것같으니까 포기당 1천3백원에라도 샀습니다.

영수가 실제로 번 돈은 얼마일까요. 옆가게 주인에게서 받은 돈은 포기당 4백원입니다. 나머지 9백원은 옆가게 주인이 철수에게 잔금으로 줘야 하니까요. 영수가 낸 돈은 계약금 1백원이므로 포기당 3백원을 번 것입니다.수익률 3백%의 거래가 된 셈이죠.

반대로 배추값이 떨어져 중간에 포기당 7백원에 넘기게 되었다면 영수는 돈을 받기는커녕 계약금을 포기하고도 (철수에게 줘야 할 잔금 9백원 중 부족한 금액인) 포기당 2백원을 더 내야 합니다. 투자원금의 3배를 날리는 것이죠.

선물거래의 손해나 이익이 커지게 되는 것은 이처럼 거래금액의 일부만 계약금 등으로 주고받은 상태에서 거래를 복잡하게 만들기 때문이랍니다.

선물과 함께 대표적인 파생상품인 '옵션'이란 것은 '물건을 사고 팔 수 있는 권리'를 사고파는 것입니다.

옵션도 배추를 놓고 알아봅시다.영수는 철수한테서 배추를 미리 사는 선물거래를 해 계속 돈을 벌다가 어느 해 배추값이 뚝 떨어지는 바람에 큰 손해를 봤답니다.

그래서 영수는 궁리한 끝에 계약 조건을 바꾸었어요. 미리 물건을 사겠다고 계약하는 것보다, 김장철 배추값이 1천원을 넘으면 1천원에 사고, 1천원 아래면 사지 않아도 되는 조건으로 계약했답니다. 그리고 이런 권리를 갖는 대신 포기당 1백원을 권리금으로 주기로 했습니다.

영수로선 김장철에 값이 오르면 포기당 1천1백원(권리금 1백원 포함)에 사고, 그렇지 않으면 권리금 1백원만 손해보면 되는 것이죠. 철수 입장에서는 배추값이 포기당 1천원 아래일 때 권리금 1백원을 얻게 되는 셈입니다. 선물거래일 때보다 양쪽이 손해를 조금씩 줄일 수 있게 되는 게 옵션의 특징입니다.

요즘은 배추 같은 것뿐 아니라 주식.채권 등 금융상품을 놓고 선물.옵션 등의 파생상품 거래를 많이 한답니다.

이를 파생금융상품이라고 합니다. 파생상품은 원래 미래의 손해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것인데, 지금은 파생상품 자체가 거래 대상이 되어버렸습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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