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마종기 '상처'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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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내가 어느덧

늙은이의 나이가 되어

사랑스러운 것이 그냥

사랑스럽게 보이고

우스운 것이 거침없이

우습게 보이네.

젊었던 나이의 나여.

사고무친한 늙은 나를

초라하게 쳐다보는 젊은이여.

세상의 모든 일은 언제나

내 가슴에는 뻐근하게 왔다.

감동의 맥박은 쉽게 널뛰고

어디에서도 오래 쉴 자리를

편히 구할 수가 없었다.

-마종기(1939~ ) '상처' 중

3인시집 '평균율'로 만났을 때가 20대였는데 황동규.마종기.나는 갑년을 넘기고 사랑스러운 것, 웃기는 것까지 멀리서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미국 이웃에 살던 동생 종훈이가 변을 당했을 때 그는 '기다려도 끝내지 않는' 아우의 몸짓을 알아들었다. 치유되지 않는 상처는 이빨자국만 남아 있다.

김영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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