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느덧
늙은이의 나이가 되어
사랑스러운 것이 그냥
사랑스럽게 보이고
우스운 것이 거침없이
우습게 보이네.
젊었던 나이의 나여.
사고무친한 늙은 나를
초라하게 쳐다보는 젊은이여.
세상의 모든 일은 언제나
내 가슴에는 뻐근하게 왔다.
감동의 맥박은 쉽게 널뛰고
어디에서도 오래 쉴 자리를
편히 구할 수가 없었다.
-마종기(1939~ ) '상처' 중
3인시집 '평균율'로 만났을 때가 20대였는데 황동규.마종기.나는 갑년을 넘기고 사랑스러운 것, 웃기는 것까지 멀리서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미국 이웃에 살던 동생 종훈이가 변을 당했을 때 그는 '기다려도 끝내지 않는' 아우의 몸짓을 알아들었다. 치유되지 않는 상처는 이빨자국만 남아 있다.
김영태 <시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