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혜걸의 의학프리즘] 염증과 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1면

질병의 뿌리는 염증이다. 대부분의 질환은 염증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염증(炎症)이란 조직이 손상받았을 때 인체가 수행하는 일종의 방어 전쟁이다.

예컨대 세균이 침입하면 인체는 혈관이 늘어나는 염증을 가동시켜 복구에 필요한 영양물질과 전투병인 백혈구를 신속하게 투입한다.

그러나 진화론은 결코 완벽하지 않은 법이다.염증은 때로 인간에게 원하지 않은 고통까지 강요하기 때문이다.염증으로 혈관이 늘어나면 발갛게 붓고 아프기 때문이다.

염증은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지만 과도한 염증은 인간에게 해롭다는 의미다. 최근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가 발표됐다.

수상 업적은 한개의 수정란 세포에서 1백조개의 세포로 증식하는 세포분열의 기전(메커니즘)을 처음으로 밝혀낸 것이다.

이러한 세포분열이 잘못돼 생긴 불량품이 바로 암세포다. 암은 일정한 수명을 지닌 정상세포와 달리 무한정 증식한다.

이번 수상 업적이 전하는 중요한 메시지는 체내에서 세포 분열이 불필요하게 많을수록 암세포가 출현할 가능성도 커진다는 것이다.

여기서 매개체는 염증이다. 인체가 유해물질 등에 의해 손상을 받게되면 복구를 위해 염증이 동원되고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새로운 조직을 만들기 위한 세포 분열이 일어난다. 이러한 세포 분열이 거듭되는 과정에서 암세포가 발생하는 것이다. 위염이 오래 되면 위암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과거 아스피린을 많이 복용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대장암 등 암의 발생률이 낮다는 연구 결과들도 종종 등장하고 있다.

아스피린이 지닌 탁월한 염증 억제작용이 길게 볼 때 암을 예방하는 데에도 효력을 발휘한다는 의미다.

독자 여러분도 몸 안에 염증이 있다면 결코 방심하지 말고 빨리 치료해주길 바란다. 그것이 곧 암을 예방하는 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홍혜걸 기자 ·의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