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낮게 날며 탱크·장갑차 때린다" 미국 지상전 각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미국과 영국의 연합군이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군사기지와 알 카에다 테러캠프를 맹폭(猛爆)하면서 지상군 투입을 서두르고 있다.

연합군의 지상군 투입에는 미 101공중강습사단과 82공정사단.160항공여단.10산악사단 등이 참여하게 될 전망이다. 지상군이 일단 투입되면 ▶탈레반의 전차.장갑차 등 이동표적 공격▶탈레반의 동북부 산악요새 고립화▶확전 대비 등 3단계 작전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 이동표적 파괴=미군의 전폭기가 야간은 물론 주간에도 공습하고 있는 것은 이미 지상의 고정된 군사표적이 거의 파괴됐음을 뜻한다. 지휘소와 방공기지 등에 이어 테러캠프와 일반 군사기지까지 맹타했던 연합군의 관심은 이제 전차와 장갑차 등 이동이 가능한 표적에 집중된다.

전차와 장갑차는 경무장한 연합군 지상군을 강력하게 공격할 수 있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지상군이 투입되기 전에 거의 제거해야 한다는 게 군사작전의 전제조건이다. 이동표적을 파괴해야만 탈레반측의 기반 전투력이 완전히 와해되기 때문이다. 탈레반 군은 과거 소련이 남기고 간 T-55, T-62 등 전차만 6백50대 가량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연합군은 델타포스.SAS 등 특수부대 정예요원을 먼저 보내 반탈레반측인 북부동맹과 연합전선을 펴면서 전폭기가 이동표적을 공격하는 작전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폭기가 이동표적을 공격하기 위해서는 저공으로 내려올 수밖에 없어 탈레반이 보유하고 있는 휴대용 대공미사일 스팅어의 위협을 직접 받게 된다는 점이 문제다. 연합군은 이런 위협요소까지 미리 제거하기 위한 침투.유격작전을 펼 전망이다.

1991년 걸프전에서도 미군의 델타포스와 해병대 특수요원들이 이런 지원작전을 성공적으로 펼쳤다. 이 과정에서 미군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 탈레반 산악요새 고립=지상군이 본격적으로 투입되면 연합군은 아프가니스탄 동북부지역에 거점(據點)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군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동북부가 반(反)탈레반측을 지원하기 쉽고 미군이 공군기지 사용권을 얻어낸 우즈베키스탄과 파키스탄 등으로부터 군수지원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또 이들 공군기지로부터 출격한 연합군의 전폭기가 동북부 지역을 공습해 연합군 지상병력과 북부동맹이 전선을 형성하는 데 유리하다는 것.

연합군과 북부동맹이 주축이 될 북부지역에 전선이 형성되면 탈레반과 알 카에다의 동북부 산악요새는 자동 고립된다.

연합군측은 11월부터 겨울철이 본격 시작되기 때문에 그 전에 산악요새를 단기간에 모두 파괴 또는 점거하기 어렵다고 판단, 고립작전으로 장기전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군에 의한 산악요새의 고립은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통제력 약화를 통해 민심을 이반시키는 전략적 노림수를 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확전 대비=연합군의 거점은 확전 가능성에 대비한 핵심전력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이번 테러를 이라크가 지원했다는 물증이 나오거나 후속테러가 벌어지면 연합군은 이를 명분으로 삼아 확전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와 함께 군사전문가들은 미군이 이번 지상작전에 투입할 병력은 1개 사단을 넘지 않는 2개 여단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1개 사단 이상이 되면 군수지원 부담이 너무 커지기 때문이다.

김민석 군사전문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