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만달러 필요없다" 뉴욕시장, 사우디왕자 성금 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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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시장이 11일(현지시간) 세계적 갑부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왈리드(43.사진) 왕자가 기탁한 1천만달러(약 1백30억원)의 테러 복구 지원 성금을 거부했다.

줄리아니 시장은 이날 알 왈리드 왕자측이 성금을 건네면서 "미국의 잘못된 중동정책이 테러 사건의 한 원인"이라는 내용의 보도 자료를 뿌린 것에 분개, 성금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알 왈리드 왕자는 이날 줄리아니 시장과 함께 세계무역센터(WTC) 붕괴 현장을 방문, 수표와 애도의 글이 담긴 봉투를 건넸다. 그러나 같은 시각 알 왈리드 수행원들이 뉴욕 시장 집무실에서 석장짜리 보도자료를 따로 배포,줄리아니 시장의 심기를 건드렸다. 보도자료는 "미국정부는 중동정책을 다시 검토해야 하며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 좀 더 균형있는 자세을 취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줄리아니 시장은 이같은 내용이 보도되자 기자회견을 통해 "5천~6천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테러는 어떤 식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알 왈리드 왕자가 주고 간 수표를 현금으로 바꿔 사용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브스지가 선정한 세계 6위의 거부(개인재산 2백3억달러)인 알 왈리드 왕자는 미국 주요 기업에도 투자하고 있다.

뉴욕=신중돈 특파원.서울=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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