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동원'공개 비판 파문] 왜 반기 들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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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부 정책에 반발했다. 정부.여당의 연기금 운용 계획을 인터넷을 통해 정면으로 비판했다. "하늘이 두쪽이 나도 해내겠다"는 표현까지 썼다. 여권의 차기 대선 유력주자이자 내각의 일원인 김 장관한테 느닷없이 화살을 맞은 정부.여당은 19일 오후 긴급 당.정.청 회의를 소집했다.

김 장관은 왜, 이 시점에서 승부수를 던졌을까. 그에 대해선 정치적 해석이 분분하다. 우선 국민연금 관리의 주무부서장은 김 장관이다. 128조원에 이르는 국민연금 운용이 경제를 살리는 데 기여하게 되면 그 공은 경제부처에 돌아가지만 실패하면 책임은 김 장관이 지게 된다. 불안정한 국민연금 운용 가능성에 불만이 큰 계층이 봉급 생활자들이고, 이들이 김 장관의 주요 정치적 기반이란 점이 감안됐다는 것이다. 정책 실패를 대비해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고 지지기반을 넓히려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다만 연기금 운용 정책은 노무현 대통령이 관료 개혁 일환으로 야심적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김 장관과 노 대통령의 관계설정이 주목된다. 여당 내에선 '할 말을 하는 정치인'이란 이미지를 쌓기 위한 김 장관의 전략으로 보기도 한다. 당의장을 뽑는 내년 3월 전당대회를 염두에 두고 정치 복귀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하지만 그의 측근은 "지금 시기에 당에 돌아갈 이유가 없다"면서 "장관의 임기는 대통령의 손에 달려있는 것"이라고 했다.

김 장관 발언에 대해 당내에선 즉각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당.정.청 회의가 열린 이후엔 기류가 달라졌다. 회의에서 천정배 원내대표는 "(연기금 문제에 대해) 지금처럼 안이하게 해선 안 된다"고 했다. "기금 운영의 독립성을 강조하는 한나라당 주장이 일리가 있는 만큼 그걸 적극 검토하자"고도 했다. 그래서 김 장관의 승부수가 어느 정도 먹힌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여권이 김 장관 주장을 묵살하기보다는 일부 검토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 같은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김 장관 발언은 여권 내부의 권력갈등과 관련이 있다"며 "4대 입법안을 놓고 야당과 싸우는 지금 상황에선 당내 갈등을 확산시키기보다 적정한 선에서 봉합하는 게 낫다고 지도부가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신용호.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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