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리뷰] '미국 자본주의 해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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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미국 주도의 신자유주의적 금융세계화는 이제 거역할 수 없는 대세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경제의 지속적 발전이 가능할 것인지, 그리고 바람직한 모델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 대해 여전히 의심의 눈길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같이 서두를 꺼낸 신간 『미국 자본주의 해부』는 글로벌 스탠더드로 간주되는 1990년대 미국식 자본주의의 운영원리를 살펴보며 그를 통해 한국 자본주의 발전모델의 대안적 전망을 모색하는 책이다.

'의심의 눈길'은 책의 구성을 전반적으로 미국 경제에 대한 비판적 전망으로 모이게 한다. 국내 경제학계의 중견 교수들과 국회소속 연구원, 프랑스 교수 등 10명이 참여해 세계화와 미국 자본주의를 총체적으로 조감해 보려는 협동연구의 결과물이다.

최근 뉴욕 테러사건에 이은 아프가니스탄과의 전쟁이 향후 미국 경제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지만 이 책은 그러한 변수 이전에 사회주의권 붕괴 이래 독주해 온 미국 경제를 구조적으로 진단하고 있다.

90년대 들어 시장중심주의를 개혁의 기본정신으로 내세워 전후 자본주의 황금기에 비견되는 미국식 '신경제'의 명암을 조명하며 특히 장기적 발전을 위해 구조적 취약성을 보완할 제도적 완충장치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이 책에서 미국식 자본주의의 장래를 불투명하게 보는 이유는 우선 금융적 측면에서 경상수지 적자의 누적과 저축률의 하락으로 미국이 자체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이 취약하다는 점이고, 또 대다수 노동자를 배제함으로써 생활 수준이 오히려 불안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책이 보는 90년대 미국경제 호황의 특징은 대체로 '높은 주가-달러 강세-낮은 실업률'로서 유럽 대륙의 장기 실업 및 정체와 대조가 된다.

90년대 미국경제의 핵심적 메커니즘을 경쟁의 보편화로만 보지 않고 새롭게 등장한 '금융주도의 성장체제'가 더 중요한 요소라고 진단하는 이 책은 그것이 가져올 부작용으로 주식시장에 대한 기업의 의존도가 지나치게 커짐을 경계하고 있다.

실물투자보다 자사주 매입과 M&A에만 몰두하는 기업과 주식투자에 현혹돼 저축을 줄이는 개인이 늘어나고, 또 미국 정부는 월가가 벌이는 '도박판'의 폐해를 깨닫지 못한다면 향후 미국 경제는 걷잡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점차 고착화되는 '20 대 80'의 사회 구조에 대한 통합적 기능의 감소는 장기적 발전 잠재력을 훼손해 취약한 구조를 부채질하기 때문에 이를 한국 경제개혁의 준거로 삼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책의 기본 시각이다.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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