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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애완견 패션? 주인과 '커플 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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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강아지 한마리 키우는데 드는 비용은? '먹다 남은 밥이나 반찬'이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애완견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요즘 도시의 애완견들은 대체로 두달에 한번씩 미용실에 들른다.

한번 갈 때마다 1만원이상씩 들여서 발톱과 털을 다듬는다. 몸 전체의 털을 전부 손질하려면 기본 2만원 이상 든다. 애완견용 목욕 용품만 해도 샴푸.린스에 트리트먼트까지 있다.

털 관리에 효과적인데다 개 냄새를 없애준다는 이유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트리트먼트의 가격은 1만원에서 3만원까지. 애완견용 향수도 인기 품목이다. 병이 났을 때 진료 비용도 적잖은 부담이다. 게다가 요즘엔 예쁜 옷을 입고 주인과 외출하는 강아지도 나타났다.

회사원 김현희(29)씨는 애견 전문 인터넷 사이트에 가입했다. 박씨는 일년에 네번씩 부쳐오는 애견용품 카탈로그에서 애견 '희동이'를 위한 패션용품과 의약용품 등을 구입한다.

"이번 추석엔 날개 달린 T셔츠와 예쁜 신발, 머리 방울을 사서 단장해줬다. 강아지도 추석인데 새 옷 한벌 입고 싶을 테니까."

박씨는 이렇게 꾸민 '희동이'를 부산 고향집에 데려갔다. 손자를 안고 와야 할 딸이 손자 대신 강아지를 안고 간 덕분에 별로 환영 받진 못했지만 '날개 달린 천사'패션은 나름대로 인기를 끌었다.

5년전 서울 압구정동에 문을 연 애견 전문점 '러브리 하우스'에는 강아지들의 옷이 내복부터 웨딩 드레스까지 종류별로 구비돼 있다.

주인 원군자(54)씨는 의상 디자이너로 활동하던 경력을 살려 메리야스 스타일 일색이던 강아지 패션에 변화를 가져왔다.

"최근 3년 사이에 강아지들을 위한 옷이나 액세서리가 부쩍 많아졌다"며 "손님 중엔 아예 애완견 옷장을 만들어 놓고 서랍엔 속옷을, 옷걸이엔 코트, 드레스 등 겉옷을 진열해 놓은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1만원~3만원대인 이곳의 옷들은 대부분 면이나 모 등 천연 소재를 사용했으며 디자인도 청재킷, 원피스 등 20여가지가 넘는다.

서울 남산의 애견 리조트 '체스(chess)'는 10만원 가량의 트렌치코트, 4만~6만원선의 고급 니트도 판매한다.

의상 디자이너였던 주인 이경희(37)씨의 작품이다. 애완견용 목욕 가운, 목도리, 목걸이도 있고, 모자의 종류도 중절모, 야구모자 등 유행에 따라 달라진다.

목줄도 패션시대다. 1만원대에서 30만원대까지 가격.스타일도 다양하다.

'러브리 하우스'에서 만난 정진분(63.서울 풍납동)씨는 "우리집 강아지는 주인이 외출할 기색이면 옷장으로 뛰어간다"며 "강아지들도 옷을 입으면 사람들이 자기를 더 좋아한다는 것을 안다"고 말한다.

최근 애견 패션의 큰 흐름은 주인과 함께 하는 커플 룩이다.애견 코디네이터 차은주(29)씨는 "늦가을의 추위를 막을 수 있는 트렌치 코트를 입은 애완견들이 중절모까지 쓰고 주인과 산책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최근엔 애견 장례문화도 달라지고 있다.

그냥 뒷산에 묻고 명복을 비는 정도가 아니라 검은 리무진에 전문 장의사가 강아지용 관을 들고 등장하기까지 한다.가족 납골당에 애완견이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애견 박람회엔 애견용 러닝머신까지 등장했다.

이같이 호사스러워지는 애견문화에 대해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애완견에 빠진 사람들은 "강아지가 가족들에게 주는 기쁨을 생각한다면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애견문화가 핵가족 증가와 서양문화의 유입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애견협회 신귀철 부회장은 "최근 대도시의 경우 전체 가구의 15%가 애완견을 기르고 있으며 그 수는 점점 늘고 있다"며 "애완견들이 사람들의 친구로 사랑받는 한 이같은 흐름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계기사 51면>

박혜민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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