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이슈] "명지대교 건설 더이상 미룰수 없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부산 명지대교가 도시계획시설 결정이 난 지 8년이 지나도록 착공조차 못해 지역 녹산공단 입주업체 등 지역 경제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조기 건설을 추진하는 부산시와 환경보호를 내세운 환경 단체간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를 보다 못한 경제계는 “부산 경제를 위해 소모적인 논쟁을 끝내고 하루 빨리 착공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부산시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강력한 추진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부산 사하구 장림과 강서구 명지를 연결,녹산공단과 부산신항만의 물동량 수송의 핵심도로가 될 명지대교는 철새 도래지인 을숙도 남단을 가로질러 건설될 예정이어서 환경단체가 크게 반대하고 있다.

◇왜 빨리 착공해야 하나=명지대교는 신항만(가덕도)∼명지대교∼남항대교∼북항대교∼광안대로∼경부고속도를 연결하는 해안순환도로망의 중심축이다.

녹산공단 ·신호공단은 당초 명지대교 건설을 전제로 조성된 공단이다.벌써 녹산공단에는 6백75개 기업이,신호공단에는 르노삼성차가 가동 중이다.

녹산공단경영자협의회는 “녹산공단에만 지금 1만여 명의 근로자들이 있으며 2003년에는 8만여 명의 근로자들이 일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단으로 가는 길은 하구둑 다리 하나뿐이어서 심각한 교통체증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업체들은 ▶물류비 증가 ▶근로자 공단근무 기피 ▶인건비 상승 ▶장시간 출 ·퇴근 피로에 의한 불량률 증가 등 갖가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녹산지부 이동찬(李東燦)과장은 “지금 녹산·신호공단의 기업들이 겪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인건비를 10% 더 올려줘도 근로자를 구하기 힘들고 물류비는 30% 가량 더 들어가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따라서 지역 경제계는 늦어도 부산신항 1단계 공사가 완료되는 2006년에는 명지대교는 개통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따라서 실시설계와 민자유치 등의 절차를 거치려면 늦어도 연내에는 문화재청의 형상변경 승인 등의 절차를 마치고 설계에 들어가야 할 처지이다.

명지대교 개통이 안된 채 부산신항이 개항하면 하구둑 일대가 마비상태에 이르러 부산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준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부산경제가꾸기시민연대 서세욱(徐世旭)사무처장은 “지금 환경단체의 반대논리는 경제논리도 환경논리도 아니다”며 “산업화된 사회에서는 경제가 잘 돌아갈 때 환경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상의 ·녹산공단경영자협의회·경제가꾸기시민연대 등 경제계와 시민단체들은 최근 결의대회를 여는 등 명지대교 조기 착공을 촉구하고 있다.

◇다리 자체 철새에 큰 영향 안 미쳐=부산시는 “한강 밤섬(서강대교) ·부산 신호대교 ·울산 태화강 다리 등을 전문가들과 함께 조사한 결과 다리 건설 이후 철새가 줄지 않았으며 지금도 철새가 끊임없이 날아오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일본 아가노강 다리 ·영국 세버른 브릿지 등 외국의 경우에도 다리 자체가 철새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는 것이다.

철새전문가인 경성대 우용태(禹龍泰)조류관장은 “철새가 줄어드는 것은 수질오염과 먹이감소 때문”이라며 “다리와는 관련이 없다는 사실을 직접 다리를 찾아 확인해보면 알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습지와 새들의 친구’를 비롯한 환경단체들은 “을숙도에 다리를 건설하면 습지 파괴와 철새감소 등 환경 파괴가 불 보듯 뻔하다”며 “하구둑 옆에 새 다리를 놓으면 환경도 살리고 교통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며 종전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직선형 사장교가 최종안=부산시는 최근 직선형 사장교(斜張橋)로 명지대교(4.8㎞)를 건설하겠다는 최종안을 내놓고 “더 이상 다른 대안은 있을 수 없다”고 못박았다.

직선형 사장교가 환경훼손을 막으면서 교통소통 효과를 최대화하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설명이다.

부산시는 다리를 건설할 때 을숙도에는 양쪽 끝 지점에만 교각(橋脚)을 세우고 중간에는 교각이 없는 광안대로 모양으로 다리를 세울 계획이다.

이렇게 할 때 건설비는 5천1백억원이 들어간다.당초 부산시는 사업비 3천8백억원을 들여 50m간격으로 교각을 놓는 ‘직선형 일반교량’으로 명지대교를 건설할 예정이었다.

이 경우 을숙도에는 교각이 20여 개가 들어서 습지훼손이 그만큼 늘어난다.

부산시 관계자는 “환경단체의 요구를 반영한 추가 건설 비용이 1억짜리 아파트 1천3백 가구를 짓는 것과 맞먹는다”고 말했다.

부산시 허대영(許大寧)도로계획계장은 “교통소통을 극대화하면서 환경훼손을 막는 것은 직선형 사장교가 최선의 방법”이라며 “지하차도 ·우회도로 ·U자형은 현실성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정용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