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필라델피아 지수 급등…반도체주 회생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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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미국과 국내 증시에 모처럼 '반도체 장세'가 펼쳐졌다. 삼성전자는 9일 전날보다 3.76% 상승해 15만원대로 올라섰다. 반도체장비업체인 미래산업도 가격제한폭까지 올랐고, 주성엔지니어링과 아큐텍반도체가 모두 8% 이상 상승했다.

8일 뉴욕증시에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지난 주말보다 5%(20.45포인트)가량 오른 426.55로 마감, 최근 4일 동안 20.28% 올랐다.

특히 인텔.AMD 등의 약진이 돋보였다. 반도체 현물가격의 약세에도 불구하고 한.미 증시의 반도체주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반도체 경기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을 것이란 바닥론과, 미국 테러사태 이후 반도체주가 가장 많이 떨어졌다는 가격 메리트 때문으로 풀이된다.

◇ 삼성전자 14만원 바닥론?=삼성전자가 15만원대로 뛰어올랐지만 추가 상승에는 전망이 엇갈린다. 10월 들어 반도체 가격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고,3분기 실적악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3분기 실적악화가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고 주장하지만, 실적이 발표되면 한차례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하락폭은 10%선을 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단가하락에도 불구하고 10월 들어 출하량이 10%가량 늘어났고, D램 업계의 구조조정이 빨라질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삼성증권 임홍빈 연구위원은 "내년 상반기까지 삼성전자는 저점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며 "14만~18만원대의 박스권을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현대증권의 우동제 팀장은 "삼성전자가 장부가격(11만원대)에 접근하는 12만~14만원대가 매수시점"이라며 "단기투자자들이 추격매수를 할 만큼 상황이 좋아진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 팀장은 "미국 기관들도 반도체 경기가 조만간에 회복되기보다는 더이상 악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미국과 한국의 주요 애널리스트들은 반도체 경기가 내년 2분기께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전망 엇갈리는 하이닉스 운명=현대증권은 8일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한 투자의견을 단기매수에서 시장수익률로 떨어뜨리면서 "반등시 매도하라"는 전략을 제시했다. 현대증권은 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부문과 맥스터 지분 매각 등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 자산매각과 관련해 더이상 새로운 호재가 없고 채권단의 신규자금 지원 규모가 불확실한 점을 투자등급 강등 이유로 꼽았다.

현대증권 우 팀장은 "반도체 가격이 올라줘야 하이닉스가 회생하는데 성수기를 앞둔 10월 초에도 반도체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며 "3분기.4분기에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내년 상반기에도 적자를 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메리츠증권 최석포 애널리스트는 최근 불거진 하이닉스 설비.기술의 중국매각 주장에 대해 "하이닉스의 생존 가능성을 높여주고 채권단의 신규지원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현대증권 우 팀장은 "설비매각은 채권단에 도움이 될 뿐 주주에게는 좋을 게 없다"고 주장했다. 설령 설비가 매각돼도 중국측이 값을 깎기 위해 '감자(減資) 후 매입'이나 '자산-부채인수'방식을 고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하이닉스에 대한 분석을 포기했다.굿모닝증권의 박정준 수석연구원은 "반도체 경기와 무관하게 주가가 움직이는 등 하이닉스는 불확실성이 너무 많다"며 "중장기 투자가라면 하이닉스주에 손대지 않는 편이 좋다"고 주장했다.

이희성.김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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