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공명보선 바람 부는 강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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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강릉지역 국회의원 보궐선거운동이 9일 16일 동안의 레이스에 돌입했다. 여야 3당과 무소속 등 네명의 후보는 제각기 승리를 장담하며 세몰이를 준비하는 모습이 만만치 않다.

정당 행사와 각종 모임 등을 찾아다니며 얼굴 알리기에 나서는 등 후보들의 불꽃 튀는 선거운동은 사실상 지난달 시작됐다.

이같은 후보들의 움직임에 비해 유권자들의 반응은 냉담한 편이다.

강릉 경실련 이정임(32)사무국장은 "예향.문향의 도시가 어쩌다 이 모양이 됐는지 한심하고 창피하다"며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를 자존심을 찾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국내 선거 사상 최초로 3회 연속으로 재.보선을 치르게 되는 오명에 대해 유권자들의 자조와 반성이 넓게 퍼져 있는 것이다.

실제 강릉에서는 14대(1992년.김문기).15대(96년.최욱철).16대(2000년.최돈웅)국회의원 당선자들이 개인 비리나 본인 또는 회계 책임자의 불법 기부행위 등으로 자진 사퇴하거나 의원직을 상실, 도중하차했다.

강릉의 유권자들은 세명만 뽑아도 될 국회의원을 여섯명이나 선택해야 하는 소모전을 겪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분위기를 감안한 듯 네명의 후보는 10일 '공명선거 실천결의대회'를 계획하는 등 어느 때보다 깨끗한 선거를 다짐하고 있다.

선관위도 도내 18개 선관위에서 50여명의 직원을 차출해 강릉에 투입, 시민단체와 종친회.동창회 대표 등과 간담회를 갖는 등 공명선거 홍보와 단속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강릉시선관위 이사철 단속부장은 "시민과 후보 모두 강릉이 재보선 단골 지역이라는 불명예를 씻기 위해 이번 선거만큼은 깨끗하게 치르겠다는 의지가 분명하게 느껴진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번 선거를 내년 지방선거와 대선의 전초전 쯤으로 여기고 중앙당 차원에서 적극 개입하는 움직임도 감지돼 선거운동이 끝까지 공명하게 진행될지 확신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상대방 후보 흠집내기에 열을 올리는 사례가 벌써부터 나타나기 때문이다.

타지역에 비해 유난히 강한 지연과 학연의 고리를 끊고 향응의 유혹을 뿌리치는 유권자들의 분발과 후보와 정당의 페어 플레이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홍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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