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EMC 정형문 사장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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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국내 기업들의 재난 복구를 위한 전산 백업시스템 수준은 아직 낙제점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대규모 컴퓨터 저장장치(스토리지)업체인 한국EMC의 정형문(44.사진)사장은 "이번 미국 테러 참사를 계기로 국내 기업들도 정보.자료의 보관과 재난복구 시스템의 중요성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테러 참사를 겪은 미국 기업들 대부분은 재난복구 시스템을 통해 자료를 별도의 장소에 온전하게 보전함으로써 비지니스를 신속하게 재개할 수 있었다"며 "우리나라는 그러나 가장 시스템이 잘 돼 있다는 금융권의 경우도 유사시 24시간 내에 자료를 복구할 수 있는 은행은 두어 곳에 불과하고 일반 기업체는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정사장은 "그나마 테러 참사 이후 정보통신부가 특별팀을 가동하는가 하면 삼성 등 일부 기업이 재난복구 시스템 필요성을 인식하고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요즘 그의 회사엔 재난복구 시스템에 대한 기업들의 문의가 종전보다 10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정사장은 "재난복구 시스템을 갖추는 데 큰 걸림돌 중 하나가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이제 그 돈은 '경비'가 아니라 '투자' 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재난복구 시스템 구축과 관련한 법안을 마련, 구축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과 통신료 감면 등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그는 지적했다. 특히 엄청난 피해를 가져올 수 있는 대형 금융기관과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재난복구 시스템 구축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사장은 1995년 7월 단신으로 EMC 한국지사를 설립해 매년 1백% 이상 성장을 거듭, 현재 3백여명의 직원을 둔 큰 회사로 키웠다. 그는 뛰어난 영업실적으로 본사에서 97년부터 4년 연속 '최고 지사장'상을 받았다. 지난해엔 3천여명의 전세계 EMC 관계자들이 모인 시상식장에서 그를 향해 본사 수석 부사장이 한국식으로 큰 절을 네 번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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