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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단골후보 고건시장 몸조심·입조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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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대중 대통령의 '대선 후보 문호 개방' 발언으로 민주당 밖의 제3 후보군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경기고.서울대 3년 후배인 고건(高建.63)서울시장도 이들 중 한 사람이다.

高시장 밑에서 정무부시장을 지냈던 민주당 신계륜(申溪輪)조직위원장은 "여권의 차기 주자군을 거론할 때 高시장을 빼놓고 얘기하기는 어렵다" 고 했다. 高시장은 그러나 다른 주자들에 비해 자신을 내세우는 데 소극적이다. 그는 정치적인 주제로 대화하기를 아주 꺼린다.

그는 최근 기자와 만나 "서울시장 임기가 끝나면 학계로 돌아가겠다" 고 말했다. 명지대 총장을 지냈던 高시장은 지금도 그 대학 지방자치대학원 석좌교수의 직함을 갖고 있다. "여권 대선 후보에 대한 여론조사를 하면 종종 상위권에 올라가지 않느냐" 고 묻자 "난 관계없다" 는 말만 했다.

高시장은 대신 자신이 1998년 민선 2기 서울시장에 당선한 뒤 서울시의 행정을 투명화하는 데 기울인 노력을 강조하려 했다. "인터넷을 통해 시 행정의 구석구석을 시민에게 공개했다" 는 것이다. 정치인 고건의 상표를 '클린 이미지' 로 가꾸려는 듯했다.

高시장은 99년에 이어 올해도 '국제투명성기구(TI.회장 피터 아이겐)' 에서 국제 반부패회의의 기조연설자로 초청받았다고 한다. 그는 체코 프라하에서 1백35개국 대표들이 참석하는 국제 반부패회의에서 연설하는 등의 일정을 위해 7일 출국했다.

그가 조심스러운 행보를 하는 데 비해 주변 사람들은 "YS 시절 총리였고, DJ가 점찍은 서울시장이며, JP가 박정희 대통령이 배출한 가장 유능한 관료 중 한명으로 인정하고 있는 인물" 이라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그들은 "내년 지방선거를 전후해 벌어질 정치권 지각변동이 高시장에게는 도전의 때가 될 것" 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高시장에게는 '호남 출신' 이란 게 부담이다. 그를 도와주고 있는 한 동창생은 "부친이 전북 옥구에서 출생했을 뿐 본인은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고 강조했다. 정치적 기반이나 세가 거의 없다는 점도 그가 제3의 후보 반열에 오르는 데 힘겨운 점이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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