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거대 중화경제권 곧 가시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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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지난 9월 1일 점심시간. 토요일이지만 푸젠(福建)성 샤먼(厦門)시내에 위치한 대만 투자기업 G직물공장의 여성 근로자 수백명은 길가 보도블록에 옹기종기 걸터앉아 도시락으로 점심끼니를 때우고 있었다. 스티로폼에 담긴 쌀밥에 찬은 단 두가지뿐.

국물도 없이 밥을 먹는 여공들의 얼굴에는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루 12시간을 일하고도 잔업을 해야 생활이 유지된단다.

지금까지는 대만 당국이 5천만달러 이상의 대규모 대륙 투자를 통제하는 바람에 이처럼 저임금을 겨냥한 노동집약적 소규모 투자가 주류를 이뤄왔다.

그러나 올 1월부터 대만의 진먼다오와 푸젠성의 샤먼, 대만의 마쭈(馬祖)도와 푸젠성의 푸저우(福州)를 연결한 제한적인 소3통(통상.통항.통우)이 시작되면서 직거래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 샤먼시 당국의 설명이다.

조만간 대륙과 대만의 전면적인 교류(대3통)가 허용되면 대만의 자본과 기술은 빠른 속도로 대륙으로 이전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올 11월 9일 중국이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제4차 각료회의에서 WTO에 공식 가입하고 대만도 내년 초에 회원국이 되면 양안의 경제통합은 더욱 급진전될 것으로 양안 당국은 기대하고 있다.

중국-대만에 비해 중국-홍콩은 97년 홍콩 반환 이후 4년 만에 '홍콩시 선전구' 에서 '선전시 홍콩구' 로 불러야 할 만큼 하나의 경제권으로 이미 통합됐다는 것이 홍콩에서 만난 현지 기업인들의 분석이었다.

이를 반영하듯 홍콩과 선전을 잇는 화물용 황강커우강(皇崗口崗)세관과 여객용 뤄후(羅湖)세관 앞은 출입국 수속을 기다리는 컨테이너 운반 트럭과 출근족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중국(노동과 자원).대만(자본과 기술).홍콩(자본과 금융)을 아우르는 거대 중화경제권의 윤곽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는 듯했다.

홍콩.샤먼=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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