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분기 성장률 3.2%에 담긴 뜻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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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호 35면

미국 상무부는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이 3.2%(연율)였다고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의 예상치(3.3~3.4%)보다는 낮다. 하지만 최근 3분기 연속 성장이다. 미 경제 규모는 지난해 3분기에 2.2%, 4분기에 5.6% 불어났다. 일부 경제 전문가가 말하는 ‘2009년 7~8월 침체 탈출’이라는 추정이 더욱 그럴듯하게 들린다. 이 추정대로라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는 2007년 4분기 이후 약 20개월 만에 끝난 셈이다.

올 1분기 성장 내용도 나쁘지 않다. 민간 소비(2.55%), 기업의 재고 증가(1.57%)와 설비 투자(0.38%)가 성장을 이끌었다. 미 경제의 최대 엔진이 마침내 작동하기 시작한 듯하다. 세계 6대 자산운용사인 미 노던트러스트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폴 캐스리얼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 경제가 정부 부양이나 수출 대신 소비에 의지해 성장한 점은 자체 복원력을 바탕으로 회복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실제 최근 경제 회복을 이끌어 온 미 정부의 재정지출은 올 1분기 동안 0.37% 줄었다.

일반적으로 경기는 수축(침체)→저점→회복→확장→정점 순으로 변한다. 회복은 경제가 평균 수준을 되찾아 가는 것이다. 확장은 경제가 예년 수준을 뛰어넘어 활성화되는 단계다. 월가 전문가들은 미 경제가 최근 9개월 동안 회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쯤 되면 시장의 관심은 회복 너머로 이동하기 마련이다. 다양한 시나리오들이 제기됐다. 어떤 이는 미 경제가 확장 국면에 진입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어떤 이는 미 경제가 올해 4분기께는 확장 국면에 들어서고 내년 1분기께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측했다.

양쪽의 논쟁이 사뭇 뜨겁다. 하지만 그들이 두 가지에 대해 대체로 의견 일치를 보고 있다. 첫째가 바로 미 고용시장이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회복 속도는 더딜지라도 일자리 감소 추세가 끝나고 바닥을 다지는 중이라는 분석이다. 둘째는 ‘비금융권 순대출 증가율’이 시원찮다는 점이다. 이는 은행 등이 가계와 일반 기업들에 빌려 주는 대출이 얼마나 늘어났는지를 보여 준다. 또 신용창출 기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이기도 하다.

고용과 순대출 증가 여부는 미국인들의 씀씀이와 직결돼 있다. 사람들은 돈을 벌거나 빌려 소비한다. 전문가들은 금융위기에 따른 침체 국면에서 고용보다 순대출 증가 여부를 좀 더 중시한다. 무너진 신용창출 기능이 되살아나야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 더 꾸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 경제가 대공황의 상흔을 털고 일어나는 듯하다가 1937년 침체에 빠졌다. 대공황 충격 때문에 신용창출 기능이 제대로 회복되지 않아서다. 요즘 일본 경제가 초창기 침체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미국의 순대출은 2007년 4분기 이후 급격히 줄어들었다. 감소 폭이 60년 이후 가장 컸다. 금융회사들이 몸을 사렸고, 금융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빚 줄이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에 조금 늘어나기는 했다. 장기 평균치보다는 한참 아래다. 아직 신용창출 기능이 되살아났다고 말하기 힘든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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