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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읽기 BOOK] ‘예쁘면 다 용서된다’ 항상 통하는 건 아니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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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이끌림의 과학
바이런 스와미 외 지음
김재홍 옮김
알마, 336쪽
1만5000원

1920년대 미스 아메리카 수상자들의 평균 신체사이즈는 32-25-35였다. 그러던 것이 60년대엔 역대 수상자들에 비해 가슴과 엉덩이 수치는 비슷하면서 신장은 평균 1인치가 더 커진 반면 몸무게는 약 2.25㎏ 줄어들어 부자연스런 신체라인으로 변했다. 급기야 영국 모델 트위기처럼 비쩍 마른 몸매가 여성의 이상형으로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런 미의 기준은 시대와 문화, 그리고 유전의 복합적 작용으로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것은 아니란다. 적어도 ‘육체적 매력의 심리학(The Psychology of Physical Attraction)’이란 원제를 가진 이 책의 저자들은 그렇게 주장한다. 이 책은 화가· 작가 등 예술가들의 고유영역이던 ‘아름다움’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것이다. 진화심리학자인 공동저자들은 다양한 실험 결과와 비교사회문화학의 결실을 동원해 ‘아름다움이 곧 선’이란 편견의 존재 등 인간의 외모가 지닌 매력의 정체와 신화를 벗겨냈다.

다행스런 연구결과 한 토막. 매력이 곧 장점이라는 편견과 달리 매력이 독이 되는 경우 또한 존재한다. 아름다우면 다 용서되는 것은 맞다. 실제 가상의 배심원단을 두고 한 실험에서 매력적인 피고는 그렇지 않은 피고보다 더 관대한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예쁘다고 다 통하는 것은 아니란다. 예쁜 여성의 경우, 일반직에 취업하려 할 때는 유리하지만 임원으로 올라가는 데는 오히려 불리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또 상사들은 매력적이지 않은 부하의 실수는 운이 나빴던 것으로 보지만, 매력적인 부하의 실수는 노력 부족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아가 부정행위가 드러날 경우 매력적인 부하가 더 큰 대가를 치러야 했다.

또 있다. 피부색에 따른 차별 역시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사례란다. 18, 19세기 유럽에선 흑인 하인을 둔 상류층 백인 여성을 그린 그림이 쏟아지는데 이는 여주인이 희고 아름답게 보이려는 사회구조의 산물이었다. 역사적으로 흰 피부가 더 매력적이라 여겨졌던 것은 대부분의 시간을 실내에서 보낼 수 있는 왕족 또는 귀족 여성들의 특성이라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업사회에 들어서며 흰 피부 전성시대는 스러지는데 이는 오염된 도시에서 햇볕을 많이 받지 못해 건강하지 않은 표시로 인식되었다. 오늘날 피부를 까무잡잡하게 해주는 인공 선탠이 유행하는 것이 그 증거 아닌가.

지은이들은 또 미의 기준이 사회환경의 불안에 영향을 받는다는 ‘환경안전 가설’을 소개한다. 미국 여배우들을 조사한 결과 사회경제적으로 힘든 시기에는 작은 눈·홀쭉한 뺨· 큰 턱을 지닌 성숙한 얼굴이 선호된 반면 안정된 시기에는 큰 눈· 둥근 뺨· 작은 턱의 얼굴이 인기를 모았다고 한다.

지은이들의 메시지는 이렇게 요약된다. “미인은 당신의 눈에 띄는 여자고, 매력녀는 당신을 알아보는 여자다.”(20세기 초 미국 정치가 아들레이 스티븐슨) “아름다운 여자의 정의는 나를 사랑하는 여자다.”(20세기 말 미국 소설가 슬론 윌슨) 이를 남자로 바꿔도 큰 무리는 없으리라. 수많은 선남선녀들에게 힘을 주는 책이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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