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추석민심 제대로 읽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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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추석 연휴 동안 여야 의원들이 접한 민심은 최악이다. '이용호 게이트' 를 대하는 여론은 매우 냉소적이며 안정남 전 건설교통부 장관의 재산 증식 의혹을 놓고 허탈감을 털어놓았다고 한다. 국민 불만의 덩치가 커져 정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호소하는 민주당의 한숨 소리도 지난해보다 늘었다.

경제가 어려운데 정치권이 싸움만 한다는 불신의 소리를 한나라당도 비슷하게 들었다. 무언가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국정 표류와 정국 대치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점을 청와대.민주당이나 야당 모두 깨달아야 한다.

그 대책은 국정 혼란을 야기한 문제들에 대해 경중을 따지고 우선 순위를 매기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그 초점은 먼저 이용호 사건의 철저한 추적에 맞춰져야 한다. 그러나 검찰 내부의 잘못된 개입을 찾아 다스리겠다던 특별감찰본부의 움직임은 지지부진하고 미덥지 못하다는 게 국민 다수의 판단이다.

여기에 연루된 국정원.경찰 간부에 대한 수사도 시원스럽지 못하다. 수법이 교묘해 수사가 어렵다는 사정이 있겠지만, 다수 국민은 정권 차원의 의지가 약한 탓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김대중 대통령이 부패의 환부를 단호히 도려내려는 의지를 다수 여론은 확인하고 싶어한다. 그것이 이 사건에서 현 정권이 빠져나올 수 있는 대국민 조치의 하나다.

한나라당도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 는 국민적 정치 불신과 여론 외면에 책임이 있다. 한나라당이 10.25 강릉 보선 출마자로 최돈웅 전 의원을 재공천한 것을 겨냥해 '편법과 구태정치' 라는 비판이 추석 민심 속에 섞인 것은 당연하다. 경제 회복과 민심 안정 문제에서 한나라당은 의석수 제1당으로서의 짜임새 있는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게 민심의 불만이다.

이용호 사건은 되도록 특검제까지 갈 필요없이 검찰 수사에서 결판이 날 수 있도록 민주당은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하고, 야당도 일정기간 수사 의지.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러면서 민생 회복을 위한 대책에도 힘을 쏟으라는 것이 추석 민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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