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본토 방위 최우선… 감군 백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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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9.11 미 본토 테러' 가 미국의 국방전략을 확 바꿔놓았다.

미 국방부는 지난 1일 본토방위를 최우선 과제로 정하고 본토 기습공격에 대한 대처능력을 강조하는 4개년 국방전략(QDR)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를 위해 미군은 그동안 추진되던 병력감축을 백지화하고 현행 전투력을 유지하기로 했다.

주한미군에 대한 언급은 없었으며 이에 따라 주한미군 병력감축 등의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탈냉전시대에 맞게 미군을 효율적이고 날씬한 체제로 만들겠다며 개혁작업을 진행해왔다.

◇ 본토를 방어하라=1일 국방부 브리핑에서 기자들은 "왜 본토방위에 새롭게 초점이 맞춰졌는가" 라고 물었다. 크레이그 퀸글리 대변인은 간단히 답했다.

"옛 소련이 붕괴된 후 미 본토에 대한 실질적인 위협세력은 더 이상 없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9월 11일 테러공격으로 그런 생각이 바뀌었다. "

기습공격 대비책을 강조한 보고서는 "미국의 적들은 자살 비행기 충돌 테러범들이 썼던 것 같은 아주 특별한 공격방법을 계속해 사용할 것" 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추가 테러에 대비한 시설물 경계를 위해 예비군 동원령을 내린 국방부는 본토방위를 위해 현역 1백40만명과 예비역 1백30만명의 전력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여름 럼즈펠드 장관은 '민첩한 미군' 을 역설하며 병력을 줄이려고 했었다.

국방부가 '기본선' 으로 표현한 미군의 전력은 육군 10개 사단, 해군 12개 항공모함 전단, 공군 46개 전투비행단 그리고 3개 해병 기동타격부대다.

◇ 탈냉전에 맞추는 미군=소련을 주축으로 하는 바르샤바 동맹군과 미국.영국.프랑스 등을 중심으로 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세력이 각(角)을 세우던 냉전시대가 끝나자 국방부는 변신을 강조하고 있다.

국방부는 유럽전쟁에 대비한 지중해의 해병전력을 탈냉전의 대표적 분쟁지역인 인도양과 페르시아만으로 옮길 것을 제안했다. 서태평양 지역에 함대를 강화하는 것도 포함됐다.

유럽의 긴장이 줄어들면서 미군의 시선은 아시아로 더 향하고 있다. 보고서는 아시아가 점차 대규모 무력충돌 가능성이 큰 지역이 되고 있으며 벵골만(灣)에서 동해에 이르는 동아시아의 연안이 도발적인 지역이라고 분석했다.

럼즈펠드의 국방부는 미군이 유지해온 윈-윈(win-win)전략을 폐기했다.

윈-윈전략이란 예를 들어 중동과 한반도라는 두군데 전장(戰場)에서 동시에 전쟁이 터져도 미군이 모두 승리할 수 있도록 거대한 전력을 준비시켜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럼즈펠드는 이같은 전략이 평상시 미군의 몸을 둔하고 무겁게 만든다고 지적해왔다.

그는 탈냉전 시대에는 복수의 대규모 전쟁보다는 여러 군데에서 여러 형태의 도발이 일어날 가능성이 더 크므로 이에 대처할 수 있도록 미군을 기동력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을 보고서에 담았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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