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애널리스트 '여성군단' 활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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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지난해 4월 굿모닝증권에 애널리스트(투자분석가)로 입사한 김미영(27.여)씨는 아직 초년생이지만 주변의 신망이 두텁다.

부드러운 성품, 미국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가진 탄탄한 실력, 외국어 구사능력 등 애널리스트로서 자질을 두루 갖췄기 때문이다. 그가 지난해 7월 기업실적에 비해 저평가됐다고 판단해 추천한 태평양의 주가는 1년전 2만5천에서 9만6천원(9월 28일 현재)까지 치솟았다.

그의 경력 또한 이채롭다. 1997년 말 외환위기 당시 ㈜효성의 구조조정본부에 특채돼 2년간 각종 사업의 타당성과 수익성을 분석했다.

최근 여의도 증권가에 여성 애널리스들의 활약상이 돋보인다.

2000년 이후 여성 애널리스트들이 부쩍 늘어나 증권사 리서치(연구)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각 증권사 리서치팀의 여성 비중은 10~30%선.

대한투신증권은 기업분석팀 13명 중 여성이 4명이고, 현대.서울.동양증권 등도 여성 비중이 높은 편이다.

특히 여성들은 최우수(베스트)애널리스트 평가에서 속속 상위권에 진입하고 있다. 지난 7월 한국신용정보.매경이코노미가 뽑은 '2001년 상반기 베스트 애널리스트' 에서 여성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1세대 여성 애널리스트인 이정자(43)HSBC 서울지점장이 보험업종에서 3위를 기록했고, 송계선(LG)씨는 섬유.의복부문에서 2위, 김기안(삼성).신희영(현대)씨는 제지부문에서 2위.4위, 이은영(LG)씨는 철강부문에서 4위에 올랐다.

신참 애널리스트의 활약도 눈부시다. 2년차인 서울증권 송지현(26)씨는 음식료 부문 3위, 제약 부문 4위를 기록했다. 지난해엔 증시침체 영향으로 마이너스 수익률이 속출한 가운데 그가 추천한 종목의 수익률은 평균 15.8%를 기록했다. 올초 추천한 삼양사는 상반기에 주가가 1백% 넘게 뛰었다.

같은 증권사 강희승(28)씨도 올해 주가가 크게 올랐던 신세계.현대백화점 등 가치주를 발굴했다.

한편 기업금융.소매영업 등 다양한 업무를 거치거나 외국계 금융기관에서 경험을 쌓은 여성들도 애널리스트로 변신하고 있다.

동양증권 이경주(27)씨는 동원증권에서 3년간 기업금융 부서와 영업점에서 일하며 실력을 쌓은 뒤 99년 애널리스트로 변신했다.

지난해 초 여의도로 입성한 현대증권 김희연(33)애널리스트는 시티은행에서 8년간 포트폴리오(투자자산 구성)매니저로 일했다. 익숙한 금융업종을 마다하고 인터넷 보안.결제 분야에서 뛰고 있다.

동양증권 이경주씨는 "여성만의 섬세함과 꼼꼼함이 기업분석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고 말했다.

대신경제연구소 김영익 투자전략실장은 "최근 여성들이 맡는 업종이 화장품.의류 등에서 철강.건설.전력 등 남성적 색채가 강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며 "이는 사회가 다원화하고 여성들의 사고가 적극적으로 변했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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