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노트] 한가위 TV '패러디 과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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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추석 연휴 중 TV 보기는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중의 하나입니다. 가족이 함께한 자리에서 TV를 보며 웃고 즐길 수 있다면 그것만큼 정겨운 장면도 없겠죠.

명절 연휴 무엇보다 중심이 되는 프로는 TV 영화입니다. 이번 연휴에는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 ,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 등 국내 대작들을 포함해 그럭저럭 괜찮은 영화들이 꽤 선보여 시청자들을 만족시킬 만했습니다.

영화 다음으로 추석 특집 오락 프로들에 대한 기대를 접을 수 없죠. 특집 드라마가 주춤한 상황에서 오락 프로는 각 방송사가 내놓는 자체 제작 프로의 간판이 됐습니다.

하지만 올해 이 대목에선 아쉬움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한마디로 추석 특집 프로가 아니라 '패러디 천국' 이었다고 할까요. 매년 명절이면 패러디 프로가 빼놓을 수 없는 장르로 자리잡긴 했지만 추석날인 1일과 그 다음날 각 방송사의 편성은 좀 심하다 싶더군요.

MBC가 1일 저녁 황금시간대에 영화 '친구' 를 패러디한 '가수극장 친구' 와 '뉴논스톱 패러디 극장' 을 2시간30분 동안 연이어 방송했고, 2일 저녁에는 SBS가 연예인.아나운서들을 동원해 벌인 패러디 쇼 '한가위 SBS MC총집합' 에 이어 '두 남자의 패러디 쇼' 를 3시간 가까이 선보였지요. KBS의 '명 MC 총출동' '올스타 청백전' 도 문패만 아니지 거의 패러디 프로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이상의 열거한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웬만한 오락 프로엔 패러디, 패러디의 연속이었습니다.

이중 몇몇 프로는 선정적인 분장과 상식 이하의 대사.행동으로 그 동안 지적을 받아온 TV의 비교육적 퇴행을 그대로 보여주더군요. 유머러스한 재창조라는 패러디 본연의 매력은 고사하고 원작의 위상을 깎아내리기 십상이었습니다.

무엇이든 과하면 탈이 나는 법입니다. 이번 추석 연휴 패러디 프로는 지나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추석 특집에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보다 기존의 인기 프로그램이나 영화를 패러디하는 것이 훨씬 대중적인 인기를 끌 수 있다는 점에 너무 제작진의 정신이 매몰돼 있는 건 아닌지. 새로운 발상의 참신한 오락프로는 패러디에 묻혀 이제 기대할 수 없는 건가요.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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