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CEO들 '굴뚝' 베테랑 해결사로 교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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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전자상거래 구축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BEA시스템즈코리아는 공석이던 대표이사에 김용대(49)씨를 임명했다. 김씨는 한국IBM에서 10년 이상 근무했고, 선마이크로시스템에서 영업담당 상무를 지낸 영업통. 경기가 악화되며 전자상거래 업계도 침체에 빠지자 경험많고 능력이 검증된 영업 전문가를 사장으로 영입,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다.

벤처업계에 굴뚝기업의 경험많은 최고영영자들이 속속 진출하고 있다.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수익모델을 만들어내는데 실패한 젊은 경영자들이 한편에서 퇴장하고, 다른 쪽에서는 패기보다 관록과 경험으로 무장한 노련한 경영인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부 벤처는 영업 전문가들을 모셔와 기존 CEO와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하면서 수익모델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최근 물러난 벤처 CEO로는 홍윤선(39.네띠앙).이강민(38.배틀탑).이진성(34.인츠닷컴).박신영(28.베베타운)씨 등이 대표적. 네띠앙은 40대의 전하진 사장이 새로 경영을 맡았고, 아직 후임자를 찾지 못한 다른 벤처도 경륜있는 CEO가 필요하다는 입장.

이런 추세에 따라 과거 오프라인 기업에서 왕성한 활동을 했던 중장년의 베테랑 전문경영인들이 벤처기업에 합류, 새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청호테크는 기아자동차판매의 대표부회장 출신인 도재영(63)씨를 영업담당으로 영입했고, 야후코리아는 신세길(62) 전(前)삼성 유럽본사 사장을 고문으로 스카우트했다. 또 기라정보통신은 전문경영인 출신의 이태교(67) 회장을 영입했고, 케이링크는 사장경력 20년이 넘는 양동유(63)씨를 새 대표이사로 임명했다. 호텔 정보화 벤처기업인 루넷은 정희주(59) 전 대우자동차 상용차부문 대표를 회장으로 영입했다.

벤처기업이 이들 50~60대의 전문경영인들에 기대하는 점은 생존의 기로에 선 벤처기업의 조타수 역할을 해달라는 것. 소빅컨설팅의 김동렬 대표는 "지금 벤처기업에 필요한 것은 실질적인 수익구조 창출인 만큼 이상과 의욕이 앞서는 젊은 경영자보다 '돈을 벌 줄 아는' 전문경영인이 필요하다" 며 "오프라인 전문경영인의 온라인 영입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 이라고 말했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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