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원내대표 김무성 … MB의 작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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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한나라당 이병석 의원이 김무성 의원에게 원내대표직을 양보한다고 밝히며 서로 악수하고 있다. 왼쪽부터 고흥길 의원, 김 의원, 이 의원, 심재철 의원. [연합뉴스]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4선)이 29일 집권당의 차기 원내대표로, 그의 러닝메이트인 고흥길 의원(3선)은 차기 정책위의장으로 사실상 확정됐다. 김 의원의 유일한 경쟁자였던 이병석 국토해양위원장(3선)이 이날 출마 의사를 접었기 때문이다. 김 의원으로선 세 번째 도전 끝에 ‘원내대표 꿈’을 이룬 셈이다.

김 의원은 이날 오후 2시 국회 국토해양위원장실로 찾아가 이 의원을 만났다. 40여 분간 대화를 나눈 두 사람은 함께 기자들 앞에 섰다. 고흥길 의원과 이 의원의 러닝메이트 격인 심재철 의원도 동석했다. 이병석 의원은 “김 의원이 제 방에 와서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하게 된 심경과 여러 가지 고뇌를 말했는데 참으로 당과 나라를 생각하는 깊은 충정을 느낄 수 있었다”며 “당이 너무 오래 갈등의 고통을 받아 아름다운 경선보다 아름다운 양보를 택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두 분의 높은 뜻을 잘 받들어서 소리(小利)를 버리고 대의를 쫓아 당과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당내 정치에서 김 의원의 위상은 미묘하다. 한때 친박계 좌장으로 불렸지만 세종시 문제와 관련한 독자 목소리 등으로 박근혜 전 대표와 소원해진 상태다. 친박 핵심의원들로부터 “더 이상 친박이 아니다”는 공격까지 받았다. 반면 이명박 정부의 중·후반기 핵심과제인 세종시·4대 강 등 문제에 있어선 오히려 주류와 공감대가 있는 편이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세종시 해결책은.

“(정부부처 대신 대법원 등 독립기관을 이전하자는) 의원으로서 입장과, 원내대표로서 입장은 분명히 다르다. 정치는 절충이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절충을 만들어 보겠다.”

-개헌 추진에 대한 구상은.

“17대 때 이미 여야 간 개헌하는 것으로 이해되지 않았나. 지방선거가 끝나면 정파 간 개헌 요구가 있을 것으로 예견되기 때문에 그걸 갖고 현실에 맞도록 해야지 억지로 (개헌이) 되는 건 아니다.”

-박근혜 전 대표에게 선거 도움을 요청할 계획은.

“사무총장 소관이다.”

이병석 의원은 지난 22일 출마 선언 때 자신의 거취와 관련, “당·정·청 조율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그런 그가 양보했다는 건 당·정·청 조율이 있었다는 의미다. 박형준 청와대 정무수석이 근래 김무성·이병석 의원을 각각 만난 일이 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이 27일 새만금 방조제 준공식에 가는 길에 이 의원과 동행한 일도 있다. 이 대통령이 당시 이 의원에게 “한번 연락할게”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여권에선 “이번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정리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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