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방화·집단폭행 시위, 사회적 용인 안 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7부는 지난해 5월 서울시의 하이서울페스티벌 행사장 점거 시위를 ‘사회통념상 받아들일 수 없는 피해를 일으켰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례는 “시위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더라도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피해’에 불과하다면 정당행위로 볼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시위에서 나오는 어느 정도의 소음과 같은 불편은 부득이하게 생기는 것으로 일반 국민도 이를 받아들일 의무가 있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사건 시위는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섰다고 봤다. 재판부는 “집단 폭행·협박·방화 등 공공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시위까지 일반 국민이 이를 받아들여야 할 의무를 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 절차와 내용을 따르지 않은 이번 시위는 헌법상 보호 범위 내에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시위 주도자가 아닌 참가자들이라 하더라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봤다. 시위 가담자 가운데 일부는 “서울시의 손해배상 청구는 표현·집회의 자유를 억누르려는 목적이 있고, 단순 가담자들을 상대로 거액을 청구하는 것은 권한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시위 주도자가 아닌 가담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한다 해도 집회의 자유를 부당하게 억제한다고 볼 수도 없다”는 취지다.

시위 참가자들은 또 “서울시가 손해를 입었다 하더라도 시위에서 개개인이 벌인 행동과는 매우 낮은 수준의 인과관계를 갖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공동 불법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의 범위는 가담자 전원에 대해 전체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며 시위 가담자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서울시가 본 손해의 범위도 광범위하게 해석했다. 행사를 준비하는 데 든 비용에 대한 피해 배상뿐 아니라 서울시의 위자료 청구도 인정했다. “국내외에 홍보한 페스티벌의 첫날 행사가 무산돼 서울시의 신용도가 하락하고 이미지가 실추됐다”며 3000만원의 위자료 지급 결정을 내렸다. 페스티벌의 나머지 행사 진행에도 악영향을 미쳤고 서울시의 사회적 평가를 침해했으므로 서울시가 입은 무형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2억2500만원의 청구액 중 거의 대부분인 2억여원을 인정받았다.

법원은 ‘경찰의 과잉 대응 때문에 시위대가 서울시 행사장으로 내몰렸다’는 시위대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찰 개입에도 불구하고 시위대가 계속 불법 시위를 벌인 점 등을 살펴보면 그 주장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최선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