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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수산물 '무늬만 국산' 판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질이 낮은 외국산 농수축산물을 국산인 것처럼 속여 판 유통업자들이 무더기로 붙잡혔다.

또 값싼 외국산 원료로 지역 특산물을 만들어 판매하면서도 원산지 표기를 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망된다.

충북지방경찰청은 추석을 앞두고 최근 농수산물 유통 실태에 대한 일제 단속을 실시,원산지를 허위로 표시한 채 유통시킨 혐의로 대형 할인점 대표를 포함한 54명을 적발해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대형 할인점인 ‘하나로 마트’를 운영중인 청주 ‘농협충북유통’은 식품매장에서 태국 산 염장(鹽藏)해파리를 국내산으로 속여 표시한 채 판매했다.

또 제천의 ‘고향참기름집’은 국내산과 미국산 소맥이 혼합된 참기름을 모두 국내산으로 표기했으며,충주 ‘민철식품’은 아프리카 수단에서 수입한 볶음참깨를 중국산으로 속여 팔았다.

천안의 대표적 명물인 호두과자는 북한및 미국 캘리포니아산 호두가 원료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국내산은 가격이 외국산(살호두 기준으로 10kg당 11∼12만원)의 3배나 비싸 채산성이 낮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호두과자점의 ‘원조’격인 천안역옆 H제과를 비롯,R ·T제과등 상당수 제과업자들이 외국산 호두를 쓰고 있다.

천안시내 호두과자 제조업체 중 규모가 가장 큰 H제과의 경우 북한산 호두를 사용하면서도 포장지 속 홍보전단에는 ”재료로 쓰는 호두는 천안 광덕면의 특산물로 세계 어느 나라 것보다 표피가 얇고 고소합니다“라는 문구를 사용,소비자들을 현혹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원료용 호두 공급자인 C상회 관계자는 “예전에는 광덕호두를 비롯해 인근 공주 ·예산 등에서 호두를 수집,공급했으나 4∼5년전부터 국내산 호두가 값이 너무 비싸 어쩔 수 없이 북한산을 수입해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덕농협 관계자는 “지난해 호두농사가 전례없는 풍년이어서 농가들이 판로를 못 찾아 가격을 대폭 내려가기까지 했는 데도 관내 제과점들이 외국산보다 값이 비싸다는 이유로 사들이지를 않아 농민들의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천안시 관계자는 ”제과점에서 호두를 만들어 유통은 시키지 않고 현장에서 직접 판매할 경우 현행법상 원산지 및 원료 표기 의무가 없기 때문에 단속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청주 ·천안=조한필·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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