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세상엔 노인 · 장애인도 같은 네티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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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정보의 바다에는 소외가 없다' .

장애인.노인.외국인 노동자같은 소외계층에게 인터넷은 잘만 활용하면 사회의 여러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수단이 되지만, 인터넷 접근 자체가 여의치 않을 경우 소외감만 커질 수도 있다. 최근 이들을 정보화 사회의 일원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정보시스템 개발과 교육 등 다양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 장애인=국내 4백만 장애인들의 불만은 국내 사이트와 정보통신 인프라가 대부분 비장애인용으로 개발돼 이용하기가 어렵다는 것.

장애인 단체인 ㈔한국장애인정보격차협의회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SK텔레콤에서 7억원을 지원받아 한빛소프트.이지솔루션과 함께 '장애인 인터넷 전자도서관' (http://www.opendigital.or.kr)개발에 나섰다. 내년 6월 서비스가 목표.

우선 시각장애인을 위해 모든 정보를 음성으로 서비스하며, 영화나 드라마 속의 상황을 말로 설명해 주는 화면해설 주문형 비디오(VOD)도 제공한다. 청각장애인을 위해서는 음성을 자막으로 보여주는 자막처리 VOD를, 지체장애인이나 뇌성마비 장애인들에게는 음성인식 검색 기능 등을 제공한다.

값비싼 외국산 장애인용 소프트웨어나 주변기기들을 직수입해 싸게 파는 쇼핑몰도 운영할 계획이다. 협의회의 남혜운 사무총장은 "기업이 장애인용 제품을 만들더라도 사회적인 관심과 지원이 부족해 사장되는 경우가 많았다" 며 "장애인들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는 보급망을 이번 기회에 만들 것" 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문화센터가 개설한 무료 정보화교육 종합정보시스템 '배움나라' (http://www.estudy.or.kr)에서는 시각.청각 장애인을 위해 음성.자막.수화 등으로 교육내용을 전달하고 있으며, 컴퓨터 활용.인터넷.홈페이지 제작 등 9개 교육 강좌를 개설했다.

◇ 노인= '실버넷' (http://www.silvernet.ne.kr)은 만 55세 이상 노인이 무료로 인터넷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 지난해 7월부터 전국 92개 대학 4천여명의 교수와 학생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지금까지 2만1천여명의 실버 네티즌을 탄생시켰다.

인터넷 교육을 수료한 노인들은 가족과의 e-메일 교환은 물론 채팅.동호회 활동.인터넷 쇼핑.생활정보 이용 등 젊은이들 못지않게 활발한 네티즌 활동을 벌이고 있다. 목원대에서 교육을 수료한 실버 네티즌 1백32명이 사이버 공간에서 동호회를 만들어 활동하는 것을 비롯, 지역.연령.취미.종교별로 1백44개의 온라인 모임이 개설될 정도다.

지난 15일 시작된 2001년 4기 교육은 매주 토요일 4시간씩 2개월간 진행된다. 02-536-3789.

정통부가 지난해부터 하고 있는 '1천만명 정보화 교육' 에도 노년층을 위한 무료 교육이 마련돼 있다. 전국의 지정 대학과 우체국.복지시설 등에서 열리는데, 인터넷(http://edu.info21.or.kr)이나 한국정보문화센터에 문의하면 된다. 02-3660-2575~8.

◇ 외국인=한국인터넷정보센터와 한국정보통신인력개발센터가 실시하는 '주한 외국인 노동자 대상 인터넷 무료교육' (http://www.fitc.or.kr)이 대표적이다.

지난 7월 창원에서 시작돼 안산.부천.서울.수원 등으로 확대됐으며, 지금까지 아시아.아프리카.남미 등 제3세계 지역 21개국 노동자 2백70여명이 교육을 받았다. 교육시간은 매주 일요일 4시간씩 4주. 이 교육을 받은 외국인 노동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자국의 가족들과 전화.e-메일 등을 주고받는 수준까지 됐다.

스리랑카에서 온 사이먼은 "이번 교육을 통해 인터넷 뿐만 아니라 한국인의 따뜻함을 알게 돼 무척 기쁘다" 며 더 많은 지역에서 교육이 열리길 바랐다. 02-747-6831, 02-563-2377.

원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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