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인구총조사 의미] 여성·고령자 활용 늘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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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2000년 인구조사 결과는 우리나라가 이미 노령화 사회에 진입해 이제부턴 노동인구 감소 문제에 대비해야 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출산율이 낮아지고 일할 수 있는 인구의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으므로 경제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사회.경제적인 중장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신 인구가 늘어나는 등 전통적 가족제도의 해체도 가속되고 있기 때문에 고령 인구의 부양을 가족에게만 맡길 게 아니라 사회 전체가 분담하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도 숙제다.

전문가들은 노령화 사회에서는 사회의 활력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복지와 성장을 균형있게 추구할 수 있도록 정부 정책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하며, 노동력 확보를 위해 여성 취업을 늘리고 정년퇴직 제도를 재검토하는 등 노동환경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 노령화 사회 진입=인구의 노령화 정도를 나타내는 노령화 지수는 35.0으로 1995년(25.8)보다 크게 높아졌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수를 15세 미만 유소년 인구수로 나눈 노령화 지수가 15 미만이면 '연소(年少)인구 사회' 로, 30 이상이면 '고령인구 사회' 로 분류한다.

95년에는 고령 인구 한명을 청장년(15~64세) 12명이 부양했는데 지난해에는 9.8명으로 줄었다. 반면 95년 소년층 한명을 청장년 3.1명이 부양하던 것이 지난해 3.4명으로 증가해 고령인구에 대한 부양 부담이 커졌다.

젊은층의 미혼율이 늘어나(25~30세 55.6%) 늦게 결혼하는 풍조가 확산되고 이혼율이 증가해 독신 인구가 늘어나는 것도 가족에 의한 노인의 부양능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령 인구의 세대 구성을 보면 3세대 이상의 가구(30.8%)는 5년 전보다 감소한 반면 부부로 구성되는 한세대 가구(28.7%), 혼자 사는 노인가구(16.2%)는 계속 증가하는 등 전통적인 가족관계가 해체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진호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5년 전에 예측한 것보다 훨씬 빨리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면서 "국민연금의 재원확충, 의료.요양시설의 확대 등을 통해 사회 전체가 노인 부양을 분담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이 시급하다" 고 지적했다. 70년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경우 지역사회에서 홀로 사는 노인들을 방문해 돌보는 '재가(在家) 서비스' 를 실시하는 등 노인 문제를 사회문제로 다루고 있다.

◇ 일할 사람이 줄어든다=노인들이 늘어나면 사회적 활력이 떨어지는 것뿐 아니라 일할 수 있는 사람도 부족해져 경제활력마저 감퇴시킬 수 있다. 노동가능 연령층인 15~64세의 청장년 인구의 증가율은 85년 14.0%, 90년 13.2%, 95년 5.3%, 지난해 4.1%로 급격히 둔화하고 있다.

인력부족 현상을 막으려면 출산장려정책과 함께 철저한 노동력 수요 전망을 통해 여성 근로자와 고령 근로자를 활용함은 물론 외국 인력의 유입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형백 통계청 인구조사과장은 "인구 고령화와 출산 감소로 커지는 사회적 부담과 노동 가능 인구의 감소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앞으로 경제.사회정책을 세우는 데 참고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김두섭 한양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동력 부족을 막기 위해 사회 전반에 남녀 차별을 줄여 여성 고용을 늘려나가는 한편 부양가족에 대한 소득 공제 확대 등 유인책을 펴야 한다" 고 말했다.

일정한 나이에 이르면 능력에 관계없이 무조건 은퇴해야 하는 정년퇴직 제도도 개선해 선진국처럼 고령 근로자를 적극 활용하고 이에 맞게 임금 체계와 일의 개념을 바꿔나가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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