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미국 중동테러 전문가 2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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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본토 테러에 대한 미국의 보복공격 구상에 여러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과연 공언대로 미국은 세계 테러 네트워크를 궤멸할 수 있을까. 오사마 빈 라덴은 두더지처럼 숨어 있고 설사 그를 제거해도 제2, 제3의 인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미국의 대표적인 중동테러 전문가 2인에게 이 질문을 던졌다.

미 외교협회(CFR)의 기디언 로즈는 국가안보회의 부국장을 지냈으며 현재 권위있는 계간지 '포린 어페어스' 의 편집국장이다. 헤리티지 재단의 제임스 필립스는 20여년간 중동문제를 연구했으며 '계간 중동' 지의 편집진으로 활약하고 있다.

- 점조직으로 세계에 흩어져 있는 테러 네트워크를 미국이 어떻게 박멸할 수 있나. 테러 지원국만 해도 한둘이 아닌데….

▶로즈=참으로 어려운 문제다. 한편으로는 아프가니스탄이나 다른 곳에 있는 테러기지에 군사작전을 포함해 '직접타격' 을 가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론 국제사회와 협력해 빈 라덴이나 비슷한 세력을 검거하는 '간접타격' 을 해야 한다.

결국 정보.군사.외교.사법조치 등 종합적 조치를 취하면 테러위협을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테러조직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말 위험한 것은 이런 반(反)테러 작전이 추가 테러를 불러오는 것이다.

▶필립스=아프가니스탄 내 빈 라덴의 네트워크를 없애는 것은 가능하다. 테러 지원세력 중 탈레반 정권을 쫓아낼 수도 있다. 그러나 세계의 모든 테러조직을 공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과녁을 신중하게 정해야 한다.

- 아프가니스탄은 '소련의 베트남' 이었다. 침공했다가 미국도 수렁에 빠지는 것은 아닌가. 무엇이 필요한가. 탈레반 정권의 전복인가, 아니면 타격인가.

▶로즈=아프가니스탄은 정말 까다로운 문제다. 1단계로 미국은 빈 라덴을 넘겨주고 그 그룹을 폐쇄하도록 탈레반 정권을 설득하는 것이 좋다. 그게 안되면 미군을 동원하거나 아프가니스탄의 반탈레반 세력인 '북부동맹' 을 지원해 군사적 압력을 가해야 한다. 이것도 실패하면 상황은 어려워진다. 왜냐하면 아프가니스탄을 전면 침공하는 것은 누구도 원치 않기 때문이다. '북부동맹' 을 잘 지원하면 미군이 별로 개입하지 않고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

▶필립스=어떻든 우리는 아프가니스탄이란 존재에 엮일 수밖에 없다. 우리가 빈 라덴만 없애고 탈레반을 그대로 두면 탈레반은 이집트의 이슬람 지하드 같은 다른 극렬단체를 지원할 것이다. 그래서 탈레반 정권을 전복해야 한다.

미국은 탈레반 분열작전을 써야 한다. 지금 탈레반을 구성하고 있는 군지휘관 중 상당수는 1994~95년 내전 때 다른 세력에 있다가 탈레반의 승리가 확실해지자 뒤늦게 합류한 그룹이다. 이들은 미국의 공격으로 탈레반이 패할 것 같으면 다른 세력으로 간다. 미국은 '북부연맹' 을 도와야 한다. 그러면 탈레반은 쪼개질 것이다.

- 추가적인 대규모 미 본토 테러의 위험이 크다. 미국은 미사일방어(MD)에 천문학적 돈을 들이기보다 테러 방위에 몰두해야 하는 것 아닌가.

▶로즈=93년 뉴욕 세계무역센터 폭파 같은 최근의 이슬람 극렬단체의 테러는 1차에 이은 2차 공격까지 구상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번에도 2차 공격의 우려가 큰 것이다. 이번 테러는 테러범들이 대량살상을 저지르기 위해서는 굳이 미사일이나 핵폭탄 또는 화생무기를 보유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증명해 주었다.

MD는 탈냉전시대 국가안보의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것이 드러났다. 물론 부시 행정부 내 많은 이들이 MD를 열광적으로 믿으니까 계속 진행은 될 것이다. 그러나 테러 전처럼 MD가 우선순위에 놓일지는 의문이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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