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식적으론 북 소행 확신하는 청와대 … 대응 시나리오 뭘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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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백령도 해상에는 풍랑주의보가 내려졌다. 해병대 장병들이 지뢰탐지기를 이용해 천안함 침몰 지점과 맞닿아 있는 백령도 연화리 해안에서 파편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군은 천안함 침몰 원인을 밝혀줄 금속 파편을 찾기 위해 바다 밑을 긁어 올릴 수 있는 형망어선을 2척에서 5척으로 늘리고, 침몰 해역 반경 500m 안에서는 쌍끌이 어선을 투입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천안함 침몰 사건이 한 달을 넘기면서 청와대는 민·군 합동조사단의 원인 규명작업을 숨죽인 채 지켜보고 있다. 공식 입장은 “심증만으로 사고 원인을 단정하지 않겠다”는 것이지만, 내부적으론 북한의 소행임을 확신하는 분위기다. 박형준 정무수석과 김성환 외교안보수석이 중심이 된 ‘청와대 안보태세 점검 TF’는 북한 소행으로 결론 날 경우에 대비한 각종 대응 시나리오도 짜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청와대 관계자는 “1차 조사결과가 나오는 대로 ‘단호한 대응 국면’이 시작되고, 대통령도 곧바로 대국민 담화를 통해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려면 북한 개입 여부를 증명할 수 있는 파편 등 물증을 찾는 게 급선무다. 하지만 청와대에선 27일 “파편 없이도 북한을 지목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①“파편 없어도 북한 입증해야”=청와대에선 어뢰나 기뢰 파편을 찾지 못할 경우의 대응방안에 대한 논의도 진행 중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직접 타격일 경우 인양한 천안함 선체에 파편이 남았겠지만, 버블제트에 의한 폭발일 가능성이 커 선체 내부에서 파편을 찾기가 힘든 상황”이라며 “해저에 가라앉아 있을지 모르는 파편의 수거작업도 뚜렷한 성과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인양한 함체와 절단면에 대한 정교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작업을 통해 폭발 당시의 상황을 재현해 내고, 또 절단면 분석을 통해 사용된 무기체계만 밝혀내도 누구의 소행인지 알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물증이 없을 경우 국제적으로 공인받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②“군사 보복은 어렵다”=청와대는 ‘군사적 보복’ 가능성에 대해 “미리 가타부타 말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북한에 의한 소행으로 결론 나더라도 대응 카드를 미리 보여줄 필요가 없고, 모든 옵션이 열려 있다는 거다. 하지만 내부적으론 군사적 조치에 대해선 회의론이 강하다. 일반 국민의 여론도 ‘비군사적 방법에 의한 조치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군사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비해 압도적으로 우세한 것으로 청와대는 파악하고 있다.

③“가능하면 지방선거 전 1차 결론”=당초 청와대는 "희생 장병에 대한 합동 영결식(29일)이 열리는 이번 주를 ‘추도의 주간’으로→전군 지휘관 회의(5월 3일께)가 열리고, 청와대 안보 TF의 활동이 본격화하는 다음 주는 ‘안보태세 점검의 주간’으로→5월 10일 시작되는 주에 1차 원인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대응을 시작한다”는 수순을 대략 짜놓았다. 하지만 이 스케줄은 파편 수거 등 원인 규명 작업의 진척도에 따라 유동적이다. 한나라당 측에선 ‘침몰 원인 규명 작업이 늦어지더라도 6·2 지방선거에 여당에 불리할 게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이번 사고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고 말했다.

④“김정일 몰랐을 리 없다”=1968년 청와대 뒷산의 무장공비 침투와 96년 강릉 잠수함 침투 사건 때도 북한은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몰랐던 일”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이 처해 있는 국제정치적 조건이나 여러 정황 등을 볼 때 김 위원장 몰래 이런 큰 결정이 이뤄지기는 힘들다 ” 고 말했다. 

서승욱·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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