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살인 등 중대범죄 공소시효 폐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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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일본이 살인 등 중대범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폐지했다. 일본이 공소시효를 없앤 것은 1880년 형사소송법을 도입한 이후 처음이다.

27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일본 중의원은 본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과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개정안은 지난 14일 참의원을 통과했다. 이 법안은 법안 통과 직후 이례적으로 관보를 ‘특별 호외’로 발행하면서 즉각 시행에 들어갔다. 통상 법안 통과 직후 시행까지는 일주일이 걸린다.

현지 언론들은 이 법안이 시행을 서두른 것은 1995년 4월 오카야마(岡山)현 구라시키(倉敷)시에서 발생한 부부 살해사건의 공소시효가 27일 자정을 기해 성립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개정안은 살인죄 외에도 강도 살인죄 등 최대 형량이 사형인 12종의 범죄에 대해 현재 25년인 공소시효를 없앴다. 이 외에도 강간 치사죄 등 최대 형량이 무기징역인 범죄의 공소시효는 15년에서 30년으로, 상해치사죄 등의 공소시효는 10년에서 20년으로 늘렸다. 이번 개정안은 법률 개정 이전에 발생한 범죄에도 적용된다. 일본이 공소시효제도를 도입한 것은 1880년 형사소송법의 전신인 치죄법(治罪法)을 제정한 때다. 공소시효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거가 없어져 재판이 불공정해질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유지돼 왔다. 하지만 최근 유전자 감식 등 과학수사 기술의 발달로 증거 유지에 어려움이 없는 만큼 흉악범죄에 대한 엄정한 대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져 왔다. 그동안 일본에서는 끔찍한 살인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공소시효 폐지 논란이 일었다. 2008년 6월 도쿄의 전자상가 밀집지역인 아키하바라(秋葉原)에선 25세 청년이 트럭을 몰고 행인들에게 돌진한 뒤 흉기를 휘둘러 7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다쳤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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