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 아우야 … 전우야 … 편히 쉬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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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 합동분향소의 추모 메시지 벽은 아들 같은, 오빠 같은, 동생 같은, 때로는 삼촌 같은 장병들의 죽음에 대한 조문객들의 안타까운 마음으로 가득하다. 27일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추모 메시지를 보고 있다. [김태성 기자]

천안함 실종자 수색작업 중 순직한 고 한주호 준위의 유족이 27일 평택 2함대 사령부 내 ‘천안함 46용사’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한 준위의 부인 김말순씨, 아들 상기씨와 딸 슬기씨는 영정 앞에 헌화한 뒤 유족들에게 조의를 표했다. 이들이 유족들을 향해 인사하자 고 정범구 병장의 할머니 이상옥씨가 뛰어나와 김씨를 부둥켜 안았다. 지난달 31일 천안함 전사자들의 유족들이 한 준위의 빈소를 찾았을 때 이씨는 “뭐라 말씀 드리겠습니까. 정말 미안합니다”라고 김씨를 위로했었다. 상기씨는 “저희가 (천안함 유족들의)슬픔을 가장 잘 아니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까 해서 왔다”고 말했다.

월터 샤프 한미연합사령관은 고 이창기 준위의 아들 이산군에게 “너의 아버지는 대한민국을 위해서 용기 있고 명예롭게 순직했다. 아버지를 자랑스러워해야 한다”고 위로했다.

시민들의 추모 메시지들. [김태성 기자]

분향소 내에 설치된 메모판은 유족과 지인들이 남긴 글로 빼곡히 메워졌다. 고 박성균 중사의 동생 태균씨는 ‘행님아, 나 오늘 유명한 사람들 진짜 많이 봤다. 근데 나는 형아가 내 옆에 있는 게 더 좋다. 형아 제발 좋은 곳에 가서 내 잘하는지 지켜봐 줘’라고 적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고 서대호 중사의 부사관 동기 민성씨는 “같은 밥 먹고, 같은 방 쓰고 6개월을 같이 생활했는데 지켜 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편한 데서 쉬고 있거라. 남은 동기 15명이 네 몫까지 열심히 뛸 테니까’라고 적었다.

분향소를 찾은 김영삼 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우리 안보의식이 아주 약하다”고 운을 뗀 뒤 “이번 기회에 강화됐다고 본다. 문제는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 주적(主敵) 개념을 바꾼 게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일은 단호하게 생각해야 한다. 전쟁을 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옳고 그른 것은 가려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나라 위해 목숨 바친 유족들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정부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전국 분향소에도 추모의 발걸음이 계속됐다. 서울광장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은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차례를 기다려 조문했다. 일부 시민은 검은 옷을 입고 가슴에 근조 리본을 달기도 했다. 점심시간에는 직장인들의 조문이 많았다. 낮 12시10분쯤에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가 동교동계 인사들과 함께 조문을 했다. 이 여사는 상주 역할을 하고 있는 해군 장병들을 위로한 뒤 방명록에 ‘하나님의 품에 편히 쉬시기를 빕니다’란 글을 남겼다.

고 김선명 병장의 모교인 구미 금오공고, 고 조진영 중사의 모교인 구미 경구고에는 재학생과 동문, 주민들이 찾아 명복을 빌었다. 목포시청 분향소에는 임종철 해군 제3함대 사령관과 장병 300여 명이 찾아 동료의 넋을 기렸다. 3함대 장병들은 “조국의 바다를 지키다 죽음을 맞은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우리가 조국의 바다를 굳건히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글=평택=박성우·송지혜 기자, [전국종합]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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